과도한 음주-위, 장, 간+심혈관 질환도

12월은 직장인에게 고달픈 시간이다.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과음, 과식, 과로를 하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맞추다 보면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마시게 되는 등 과음하기 쉬우며 술자리 안주와 같은 음식을 불필요하게 많이 섭취하게 된다.
 
또 늦은 귀가로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수면시간도 부족해져 만성피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생활패턴은 위나 장, 간과 같은 소화기계는 물론이고 뇌나 심장, 관절, 비뇨기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음이 몸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아본다.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장 장애시 절주 필수
 
과음 후 속 쓰림이 생겼다면 급성 위염을 의심해야 한다. 급성 위염 땐 최소 만 3일간 금주하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도록 한다.
 
증상이 이보다 길어지면 위궤양 등을 의심하고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 기능성 위장장애 역시 음주 후 악화된다. 알코올은 위장 운동을 방해하는데다 위 점막을 손상시켜 속 쓰림과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악화시킨다.
 
특히 양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 때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독한 술을 마셔야 할 땐 꼭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또 과도한 음주는 역류성식도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의 점막을 자극,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가슴 쓰림, 신물 올라옴, 가슴통증 등이며, 심하면 식도 점막을 손상시켜 궤양과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소화기내과 최상욱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은 일상 식습관의 조절과 약물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증상이 가벼우면 식습관 개선과 함께 제산제 등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증상이 심하면 산억제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과식을 피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먹고 식사시 적당량의 물을 마시고 꼭꼭 씹어 타액과 잘 섞일 수 있도록 하면 음식물이 위장관을 통과하는데 도움이 된다.
 
박하 등 휘발성 향신 성분이나 초콜릿, 커피, 콜라, 흡연은 역류를 일으키기 쉽게 하므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잠자리에서 베개를 20cm 이상 높이면 역류증상을 완화하고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누우면 위의 구조상 소화되기 전 음식물이 하부 식도 괄약근에 자극을 덜 줘 위산의 역류를 막는다.
 
만성 B형 간염이나 만성 C형 간염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음주가 간경화증을 더 촉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또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다면 음주 다음날 복통이나 설사 증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찬 맥주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폭음시 고혈압, 심장병 유발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을 도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과음하면 심장근육이 약해져 심하면 알코올성 심근증에 걸릴 수 있다.
 
알코올성 심근증은 확장성 심근증의 한 종류로 심장의 수축과 이완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을 말한다. 또 장기간 폭음을 하면 고혈압, 심장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2005년)’ 자료에 따르면 남성이 하루 70g 이상 알콜(소주 8~9잔)을 섭취할 때 비음주자에 비해 혈압, 공복시 혈당 및 중성지방 농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이에 따르면 고혈압과 당뇨병의 위험도는 비음주자에 비해 2.2배, 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는 1.6배 높았다. 또 남성이 지속적으로 1주일에 4회 이상 음주시 비음주자에 비해 고혈압 및 고중성지방혈증(고지혈증의 일종) 위험도는 각각 1.6배, 2.1배 높았고, 여성은 고혈압 3.0배, 당뇨병 2.5배 위험도가 올라갔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순환기센터 김동빈 교수는 “과도한 음주보다는 적정량의 음주시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의 농도가 증가한다”며, “건강에 해롭지 않은 술의 양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회 섭취량이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 정도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전립선 비대증, 오줌길 막히는 고통 불러올 수도

추운 날씨에 연이은 술자리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증상이 더 악화되는데 겨울에는 땀으로 수분이 잘 배출되지 않아 소변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과음을 하게 되면 소변량이 더 증가해 배뇨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으로는 늘어난 전립선 조직이 전립선내 요도를 좁게 만들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약뇨,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자는 동안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는 야간뇨, 소변이 심하게 마려우나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 등이 있다.
 
급성 요폐란 방광에 소변이 꽉 찼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평소 전립선비대증을 앓는 환자가 과음 후 잠이 들 때, 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급성 요폐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치료는 배뇨 시 통증이나 불쾌감을 감소시키고 전립선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약물요법을 시행할 수 있으며, 약물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나 방광결석, 지속되는 농뇨, 전립선으로 인한 혈뇨, 급성요폐의 발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수술방법으로는 요도 속에 내시경을 넣어 전립선을 제거하는 방법이나 극초단파 레이저를 이용해 고열로 전립선 조직을 괴사시키는 방법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비뇨기과 김현우 교수는 “외출 전에는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반드시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풀어 주는 것이 좋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추운 곳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음주 시에는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소변을 규칙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중년 남성,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조심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고관절 주위에 발병하는 가장 흔한 병으로 원인은 다양하나 과다한 음주 또는 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복용하는 경우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남성에게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로 장기적으로 폭음을 할 경우 위험성이 심각하게 증가한다.
 
이 질환은 엉덩이 관절인 대퇴골두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눌려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넙적 다리 뼈의 머리 부분인 대퇴골두의 뼈 세포들이 죽으면서 뼈 모양에 변형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여성보다 남성이 4배 이상 많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30~50대로 젊은층에서 발생한다.
 
전체 환자의 대부분에서 알코올과 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이미 괴사가 상당 시간 진행된 상태이다. 괴사에 의해 약해진 골두의 뼈가 함몰되면서 사타구니 부위에 통증이 생기며 심해지면 다리를 절게 된다.
 
초기 치료로는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압력을 낮게 하는 ‘다발성 천공술’과 ‘핵심 감압술’, ‘절골술’등의 수술 방법이 있다. 하지만, 골두의 함몰이 심하거나 이미 퇴행성 변화가 심하게 왔다면 ‘인공관절치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관절센터 송현석 교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음주를 많이 하는 중년 남성이 특별한 외상없이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느끼거나 걷는 것이 불편하다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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