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충분한 수면, 물 많이 마시고, 술은 천천히 마시면 도움

연말이 다가오면서 과음 후 숙취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과음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부득이한 경우로 과음을 할 경우 매우 심한 고통과 작업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른 회복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연말연시 망년회 시즌을 앞두고, 숙취의 증상과 원인, 제거 방법과 관련된 성분 및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유상호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숙취 증상 두통-근육통, 무기력증이 가장 많아
음주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음주를 하는 성인의 대부분은 한번쯤 숙취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외국의 자료에 의하면 음주를 하는 사람의 75%가 매해 숙취를 경험한다고 하며, 이 중 15%는 매달 숙취를 경험한다고 한다.
 
숙취를 의학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부 숙취에 대한 연구를 참조해 보면, 과음 후 알코올이 완전히 대사되고 나서도 일상활동과 작업능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증상이 2가지 이상 있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한 연구(Ann Intern Med. 2001)에 따르면 숙취로 인한 증상을 두통이나 근육통, 무기력증, 설사와 갈증, 식욕부진, 몸떨림, 피로, 메스꺼움 순으로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보통 술을 마신 후 수 시간 내에 시작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와 반비례 관계가 있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이 될 때 가장 심한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숙취의 원인은 크게 탈수, 전해질 부족, 아세트알데히드 및 다른 여러 물질에 의한 부작용으로 추측된다.

<숙취로 인해 흔히 호소하는 증상들-빈도순>

▲탈수 현상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작용으로 소변이나 땀, 기타 분비물을 통해 많은 수분이 소실된다. 소주 5~6잔에 해당하는 50g 정도의 알코올을 250㎖의 물에 섞어 마시게 되면 몇 시간 내에 600~1000㎖ 정도의 수분이 배출된다. 이로 인한 수분 부족이 피로, 갈증, 두통과 같은 증상을 초래한다.
 
▲전해질 부족
수분이 배출되면서 여러 가지 전해질이 함께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 그 결과 몽롱하고 무기력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세트알데히드 및 다른 여러 물질에 의한 부작용
성인이 1시간 동안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약 6g 정도로, 소주 1병을 분해하는 데는 10시간이 걸린다. 이보다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대사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축적되어 짜증이 나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외에 술 속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이물질로 메탄올이 있는데, 이 메탄올의 대사에 의해 생성되는 포름알데히드는 독성이 매우 강해 심한 숙취 증상을 유발한다.
 
◆숙취 제거 인체 연구 아직 걸음마 수준
숙취의 증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양의 수분과 전해질을 섭취해야 한다. 숙취 증상을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 등의 물질을 빨리 체내에서 제거해야 한다.
그중에는 알코올의 흡수를 직접 억제하여 사전에 이런 물질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과, 아세트알데히드의 대사를 촉진하여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숙취 해소 음료는 주로 후자의 방법에 의거해 개발됐다.
 
음주에 대해 관대한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숙취가 광범위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미미한 실정이다.
 
숙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숙취제거제들도 대부분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이용하던 식품들 또는 이를 근거로 제조한 음료들이나, 과학적 근거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
 
◆숙취 제거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
과거 30여 년 동안 숙취제거 성분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으나 효과가 어느 정도라도 입증된 것은 비타민 B6, 선인장열매 추출물, 인도에서 개발한 식물추출물 리브 52(Liv. 52ⓡ),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인 톨페나믹산 뿐이다.
 
이외에도 심장질환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안정제인 클로메티아졸(chlormethiazole)과 포도당이나 과당 음료 등을 숙취 제거에 이용한 연구가 있었지만 모두 효과가 미미하거나 없었다.
 
▲비타민 B6
비타민 B6는 간, 연어, 청어, 견과류, 현미 등이 주요 공급원이며 대부분의 채소, 육류, 생선, 계란, 콩 등에 많이 들어있다. 비타민 B6는 포도당 합성에 관여하며 아미노산의 분해 및 합성, 지질과 핵산 대사, 신경전달물질 합성 및 스테로이드 호르몬 작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적혈구 생성을 돕는다.
 
권장량은 하루 2㎎으로, 보통 비타민 B 복합체에 포함된 양은 10~100㎎ 정도이며 연어 70g에 0.41㎎, 작은 크기의 바나나 하나에 0.62㎎이 들어있다. 권장량의 범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루 2g 이상 복용시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스파라긴(Asparagine)
아미노산의 하나로서 글루타민과 함께 동물, 미생물, 식물세포 속에 널리 존재한다. 사람에게는 비필수아미노산이며 아스파라긴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경계가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간에서 이뤄지는 아미노산 전환에 기여한다. 아스파라긴 함유 식품으로는 아스파라거스, 콩나물 등 식물류 이외에 유제품, 쇠고기, 가금류, 계란 등이 있다.
 
▲백년초
선인장 열매인 백년초는 공복에 갈아 마시면 변비 치료, 이뇨 효과, 장운동 활성화 및 식욕증진의 효과가 있다고 하며, 당뇨, 고혈압, 천식에도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영양학적으로는 다량의 섬유질, 비타민 C, 칼슘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의학 전문지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2004년 6월호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젊은 성인 64명을 대상으로 음주 수 시간 전에 위약과 백년초 추출물을 각각 투여한 결과 추출물을 투여한 그룹에서 구역질과 갈증, 식욕부진 등의 증세가 반으로 줄었다.
 
▲헛개나무 추출물
헛개나무는 전통적으로 열매에 술독을 풀고 구역질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전통의학서에서도 이런 효능이 기술되어 있다. 국내에서 시행한 알코올 분해능과 간해독 작용에 대한 몇몇 연구가 있으나 숙취와 관련하여 잘 디자인된 인체 연구는 아직 없다.
 
▲인삼
인삼의 인체 내 활성성분은 인삼의 뿌리 부분에 존재하는 사포닌(steroidal saponin)이라는 물질이다. 적정용량은 건조 추출물로는 하루 100~400㎎이며 인삼근으로는 하루 0.5~2.0g이다. 부작용으로는 600㎎ 이상 복용시 고혈압, 졸림, 안절부절증, 여드름, 부종, 두통, 설사 등이 보고되고 있고, 항우울제, MAO 길항제, 에스트로겐, 스테로이드, 디곡신, 와파린 등의 약물과는 상호작용을 하므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기타 전통적인 음식과 차

전통적으로 다양한 음식과 차가 숙취 제거를 위해 이용됐지만 그 효과에 대한 연구나 임상 보고는 전무하다.
 
이중 콩나물국에는 아스파라긴과 아스파르트산이 다량 포함돼 있으며 녹차에는 폴리페놀이 다량 포함돼 있지만 역시 숙취에 대한 인체 연구는 없다.
 
◆숙취예방 최선의 방법은 적당한 음주

숙취를 제거하는 최선의 방법은 물론 과음을 피해 숙취를 예방하는 것이다.
 
숙취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요인으로는 공복 상태,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진 상태, 과음 후 신체활동이 심하게 증가된 상태, 탈수, 허약한 신체 등이 있다. 숙취의 고통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지키는 것이 좋다.
 
(1) 술 마시기 전에 음식을 꼭 먹어서 공복을 피한다.
(2) 반드시 안주를 잘 먹으면서 마신다.
(3) 술자리가 예상되는 전날에는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4)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의 주량에 맞게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시간을 끌면서 마신다.
(5) 술과 함께 탄산가스가 함유된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6) 약물을 함께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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