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복용시 부작용 우려, 건강한 사람도 적당량 섭취

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숙취해소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헛개음료’가 열풍이다. 이에 발맞춰 H사, K사, C사 등 많은 음료, 제약회사들이 ‘간을 보호할 수 있다’는 효과를 강조하며 광고와 함께 애주가 및 일반인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헛개’의 효과는 얼마나 있고,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 환자들게는 안전하지 않은 ‘헛개’의 진실을 알아본다.
 
◆헛개나무란 무엇인가?

헛개나무(Oriental Raisin Tree)는 지구자나무라고도 하며, 갈매나무과, 낙엽활엽교목이고, 높이는 약 10m로 수피는 검은빛을 띤 회색으로 세로로 갈라지고 벗겨진다.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 및 타원모양으로 가장자리에 잔거치가 있다. 잎의 앞면은 녹색으로 털이 없고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 맥위에 털이 없거나 있다. 열매 수확은 9~10월이며, 둥근 모양으로 갈색을 띤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헛개나무 열매는 술을 썩히는 작용이 있고, 생즙은 술독을 풀며, 구역질을 멎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당나라 명의 맹선이 저술한 ‘식료본초(食療本草)’에 따르면 “어떤 남쪽지방에 사는 사람이 헛개나무로 집을 수리하다 잘못해 토막 하나를 술독에 빠뜨렸는데 술독의 술이 모두 물로 변했다”고 적혀 있다.
 
또 서송의 ‘도경본초(圖經本草)’에도 “헛개나무를 기둥이나 서까래로 써서 집을 지으면 그 집안에 있는 술이 모두 물이 되고 만다”고 쓰여 있다.
 
이럴 정도로 헛개나무는 알코올 분해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식물로 전해져 왔다. 이런 효과로 인해 현재에도 ▲간장 해독기능 증진 ▲알코올 대사물질 체내 분해 촉진 ▲숙취 원인인 알데히드 물질 잔류 억제에 기여 등이 확인되고 있다.
 
◆다양한 임상서 효과 확인된 헛개나무추출물

실제 전남대학교 나천수 교수팀은 1996년부터 헛개나무의 효능에 관해 연구한 결과 헛개나무열매 추출물을 매일 섭취한 표본에서 12주 후 알코올성 간장애 지표인 ‘감마-GTP’가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헛개나무추출물이 간에서 작용하는 알코올분해효소를 활성화시켜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희대 임상결과에서도 간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헛개나무 열매추출물을 투여하자 12주 만에 수치가 정상범위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 2007년 6월부터 12월까지 알코올성 간 손상 환자 7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임상실험에서 헛개나무 열매추출물을 매일 먹게 한 결과 12주가 지난 후 평균 ‘감마-GTP’가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은 간 손상이 더 심해지면서 평균 ‘감마-GTP’가 올라갔다.
 
◆식약청 인증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들 대거 출시

이런 효과에 대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국야구르트는 헛개나무를 원료로 유산균과 접목시킨 헛개나무프로젝트 쿠퍼스를 발매했다. 이 쿠퍼스에는 헛개나무 열매에서 채취한 추출분말 2460mg이 들어가 있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인증 받은 건강기능식품이다. 현재 식약청에 인증받은 건강기능식품은 총 18개 품목이다.(표)
 
                         <헛개나무과병 추출물 함유 건강기능식품제품현황>(12월 13일 현재 18건)

이에 대해 식약청 건강기능식품기준과 이혜영 연구관은 “쿠퍼스는 개별인정형 제품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발맞춰 일반음료 및 차 형태로 헛개나무추출물을 함유한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성수기를 맞아 그 만큼 많은 매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헛개나무추출물 함유량을 높여 식약청에서 제시한 1일 섭취량의 2배, 4배까지 많이 함유한 제품을 발매하고 있다.
 
실제 광동제약의 경우 4,370mg, CJ제일제당 헛개수는 1만2,200mg(500ml 기준)을 함유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독성간염, 간 손상 환자 부작용 우려 
하지만 이런 헛개나무 추출물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여러 제품들 중 저질제품이 양산, 판매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헛개나무는 너무 적게, 많이 먹어도 좋지 않다.
특히 급성간염이나 만성간염 등 간 손상이 있는 경우 간기능이 약화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간을 더 손상시킬 수 있다.
실제 2008년 대한간학회지에 발표된 ‘급성독성간염 159례의 임상적 고찰’에 따르면 헛개나무로 인한 독성간염 발생 사례가 있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독성간염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호발하고 가장 흔한 증상은 황달이었다. 
 
또 일반적으로 보존적 요법만으로도 호전되지만 기존 간경병증이 있었던 환자의 경우에는 사망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 제품 2~3병을 섭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 이혜영 연구관은 “오남용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1일 섭취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며 “과량섭취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야구르트에서도 “부작용발생에 대한 근거도 없고, 사례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떠한 답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식품 및 음료를 판매하는 업체 담당자들도 “음료 및 식품의 일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부작용 및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 “헛개가 문제라면 다른 식품들도 다 문제로 삼을 수 있다”며 “너무 예민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한방의사들 모두 “환자들 섭취금지” 당부

이에 대해 건강기능식품 임상연구를 진행했던 한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고, 환자들은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헛개나무추출물을 섭취는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반 병의원에서도 간 손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헛개 섭취를 금하고 있다.
 
실제 본지가 취재한 결과 서울의 유명대학병원 소속 간 전문의사들은 간 손상환자들에게 헛개나무추출물 함유물의 섭취를 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헛개는 간독성이 보고돼 있는 상황이고, 부작용우려가 있기 때문에 간 손상이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섭취금지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정동민 홍보이사도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 있다”며 “간열증, 간혈화, 병증 등이 있을 경우 섭취하게 되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식약청도 “환자들 섭취시 부작용 우려”

이에 대해 식약청도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헛개나무추출물에 대한 제품들은 일반 건강한 사람들이 대상이다”며 “일반건강한 사람들도 1일 섭취량 이상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또 “환자들은 섭취대상이 아니다”며 “헛개나무추출물을 의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한 환자가 섭취할 경우 부작용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예방 및 치료목적으로 인정해 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 및 보호가 될 것 같다는 오해를 하지 말고, 전문 의사들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먹을까?” “말까?” 고민

그렇다면 숙취해소 및 알콜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헛개나무 추출물 함유 제품을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모든 음식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사람들도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환자들은 의사들의 치료지침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과의 사이에서 단순히 용량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즉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받은 제품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해당 용량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외의 용량이나 제품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들은 적정용량을 지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환자들은 가능한 한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연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숙취해소와 간 보호의 지혜, 조금만 더 신중하게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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