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요즘 같은 때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패혈증’이다.

 

최근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다제내성균 역시 합병증으로 패혈증을 일으킨다. 노약자들의 호흡기질환이 중증 폐렴으로 발전해 치명적인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패혈증이란 혈액 중에 세균이 침범해 번식하면서 생산된 독성물질에 의해 중독증세를 나타내거나 전신에 감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다.

 

건강한 사람은 균이 침입했다 하더라도 장기 등의 활동으로 제거돼 있지만 암, 폐렴, 몸이 쇠약한 경우에는 제거 기능이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발병하게 된다. 개그맨 배삼룡은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연기자 이광기 씨 아들은 신종플루에 의한 패혈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패혈증은 지방흡입수술을 하다가, 맹장수술을 하다가, 사랑니 발치 후에도 갑자기 발병할 수 있다.

신체 어디서나, 어떤 질환에서도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할 ‘국경 없는’ 질환이다. 원인은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다.

 

중이염, 피부화농증, 욕창, 폐질환, 충치, 담낭염, 신우염, 골수염, 담도염 등 신체의 모든 장기에서부터 패혈증의 원인감염이 될 수 있다.

 

병원균으로는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균, 녹농균, 진균, 클렙시엘라 변형 녹농균 등이 혈액 내로 침범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미생물이 혈액 내로 침투하지 않더라도 신체 일부의 염증반응 및 염증물질 생성에 의해서 전신적인 패혈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중증패혈증 및 패혈증쇼크 환자에게서 파종성혈관내응고의 빈도 및 예후’ 논문을 통해 패혈증의 발병 원인질환을 조사했다.

 

박성훈 교수가 지난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1년간 한림대성심병원 내과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패혈증 및 패혈증쇼크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패혈증 원인 질환으로는 폐렴이 55.1%(49명)로 가장 많았다.

 

요로감염(14.6%, 13명), 간담도계감염(11.2%, 10명), 소화기감염(9.0%, 8명), 중심정맥관감염(3.4%, 3명), 피부 및 연조직 감염(2.2%, 2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중증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30~50%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패혈증이나 패혈증쇼크에서 절반 가까이의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신체 각 부위 조직이 제 기능을 잃어 손상되는 ‘다기관기능부전’이다.

 

박 교수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패혈증에서 다기관기능부전이 왜 일어나는가 하는 발병기전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한 상황이다”며 “특히 패혈증이나 패혈증쇼크에서는 혈액이 응고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이하 DIC)’가 자주 발생하는데, 국내에서는 이 발생률과 역학조사를 연구한 보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1년에 걸친 패혈증 환자 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패혈증에서 사망으로 이어지게 하는 다기관기능부전의 33.8%가 DIC에 의한 것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내용을 담은 박성훈 교수의 논문은 대한내과학회지 2010년 11월호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패혈증 원인, 젖산수치 등을 조사했으며, 혈액응고검사를 통해 ▲입원당시 ▲입원24시간 ▲입원48시간의 혈액응고 점수(DIC Score:국제 혈전증 및 지혈협회)를 구했다. 또 이 점수를 다기관기능부전 점수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DIC 점수 5점 이상으로 DIC를 명백히 진단할 수 있는 ‘현성 DIC’가 33.8%(27명)로 확인됐다.

입원 기간에 따른 현성 DIC 비율은 ▲입원당시(Day 0)-18%(16명) ▲입원 24시간(Day 1)-30.7%(23명) ▲입원 48시간(Day2)-22.4%(13명)이었다.

 

특히 이런 DIC 발생비율은 환자들의 다기관기능부전 점수, 사망률과 관계가 깊어 현성DIC일수록 장기부전점수와 사망률이 높았다. 이를 통해 DIC가 패혈증에서 다기관기능부전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가설이 뒷받침됐다.

 

다기관기능부전 점수의 경우 현성 DIC군(11.2±3.1)이 비현성 DIC군(8.9±2.7)에 비해 평균 3점 정도 높았으며, 28일 사망률(현성 DIC군 -63.0% : 비현성 DIC군 - 32.3%), 중환자실 사망률(63.0% : 33.9%) 등 사망률도 현성 DIC 군에서 약 2배 높았다.

 

박 교수는 “패혈증 및 패혈증 쇼크 환자에서 DIC의 발생은 높은 다기관기능부전 점수 및 병원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앞으로 이른 시점에 DIC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패혈증을 포함한 많은 중증 환자들에서 생존률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