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영상의학과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개원가 단합해 새 진료영역 개척 해야죠”
 
양우진 회장(사진)은 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를 설립할 당시부터 앞장서 활동해 왔으므로 회장직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3년의 임기를 2년으로 줄여 회장직을 맡았고, 캠퍼스에 그림을 그리듯 그렇게 생각을 옮기다 보니 시간도 빨라 어느덧 임기를 6개월여 남겨 두었다. 이번 춘계 학술행사는 그러므로 어쩌면 그가 주도적으로 판을 짤 마지막 학술이벤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몹시 바쁘시겠다’고 인사를 던지자 ‘요즘은 이메일로 웬만한 건 다 처리하기 때문에 행사준비라고 임원들이 특별히 모일 일도 없다’며 뭐 궁금한 게 있으면 주저 없이 물어보란다. 대화는 자연스레 질문과 답으로 규격화 되고 말았다.   
 
“먼저 대한영상의학과개원의협의회에 대해 좀 들려주시죠. 어떻게 시작이 됐고, 어떤 사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10여년 전만해도 개원의들의 별도 협의체 없이 모든 정책적 의사결정을 학회 중심으로 해나갔어요. 진료의 형태와 내용이 다른 학회와 개원가가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고, 급변하는 보험정책이나 의협에 대한 입장차도 불거져 개원가의 의견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우리만의 언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죠.
 
설립 당시 예상외로 많은 개원의들이 적극적으로 협의회 발족에 참여해와 주변을 놀라게도 했고요. 그 당시에 어떤 문제가 있었냐하면요. 영상의학과 검사들이 수탁검사가 아닌데도 수탁검사로 취급돼 의료보험에서 손실과 분규가 많았거든요. 이걸 해결하려고 규제개혁위원회며 헌법소원까지 감행을 해 결국 해결을 보았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고유의 행위료인 판독료가 없어지는 바람에 한때 전공의 수급이 50%를 밑돌아 학과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고요.
 
그 여파로 아직까지 전문의 수요를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지만, 이젠 개원의협의회가 노를 잡았으니 좀 더 시스템화 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영상의학과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해야겠지요.”
 
“요즘 개원가의 사정은 어떤가요? 워낙에 어렵다는 분들이 많긴 한데, 영상의학과의 입장에선 그 요인이 뭐라 생각하시는지요.”

“정말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종합병원은 너무 전문성을 강조하는 반면, 개원가는 모든 과에 걸쳐 전문성이 엷어지는 추세잖아요. 이제는 영상 검사가 개인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한의원에서까지 시행되는 실정이므로 우리 전문성만 외치고 있다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더구나 종합병원들이 하나같이 검진센터를 증축하면서 영상의학과 개원의들은 이들 대형기관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부담까지 지게 됐고요. 요인요? 중요한 건 진료 전달체계에도 불구하고 1-3차 진료 모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도록 몰아가는 국민의식과 보험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수가는 떨어지고 병원마다 진단장비
 
“진료와 치료에서 영상의학의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입니까? 개원가에서의 영상의학과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지요. 맹장염만 해도 과거엔 외과의사가 손으로 눌러보고 진단해서 수술로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이었지만, 지금은 초음파나 CT로 우선 정밀검사를 하여 확인하므로 오진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의학이 발달하면서 점점 수술의 범위가 줄어들고 비수술적인 방법이나 최소 침습수술 등으로 진단과 치료까지 시행하려는 의료 욕구가 증가하게 돼 갈수록 영상의학의 비중과 의존도는 높아지게 마련이에요.”.

“협의회는 어떤 의사결정구조로 운영되나요. 여성 회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상임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여자 회장에 따로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여의사 수나 의과대학 재학생 중 여성비중이 날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따라서 각 과 개원의 협의회에서 여성 회장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일 뿐일 겁니다.”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정서에 동의하시는지요? 산업화에 대한 기대와 의료의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이중성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십니까.”

“어떤 일에나 이중성은 존재한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을 보면 진료과목 간 혹은 과 내부에서도 유리한 회원과 불리한 회원의 입장이 상충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의료계에서 시행을 추진해온 부분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나 문제는 양보하지 못할 몇 가지 사안들 때문에 의료법 전체를 두고 쌍방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부도 무리하게 전면 개정을 서둘러 다시 또 고쳐야 하는 악법으로 개악하는 것 보다는 우선 시급한 사항들 위주로 부분개정을 하고, 시간을 두고 전면개정으로 가져가는 것이 옳은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영상의학과는 다른 진료과와는 달리 IT의 발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리라 보여 집니다. 영상의학 관련 산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 지요. 또 새로운 장비나 기기에 대한 보수교육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맞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재택근무를 떠올릴 만큼 IT 발달의 직접적 수혜자입니다만,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양면이 있어요.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화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해고됐잖아요?
때문에 새로운 장비와 기기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접목시켜 영세한 개원가가 도태되는 법 없이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겨가느냐 하는 것은 협의회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 중의 하나예요. 또 넘쳐나는 영상의학과 검사 장비들을 제도적으로 집중 관리하기 위해 영상품질관리원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보수교육이나 품질관리를 하도록 관계 법령이 정비되어 있어요. 문제는 여기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데 반해 이를 보상해주는 수가 체계는 개선이 요원해 개원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관련 업계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의료기기의 유통이나 품질 점검에 있어서도 협의회가 일정부문 역할을 맡게 되길 희망하십니까?”

“당연히 우리 회원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협의회가 나설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전체 전문의 수에 비해 개원의 수가 적다보니 장비의 수요가 자연 대형병원에 집중되고, 관련 업계도 대형병원의 눈치만 볼 뿐 개원가는 소홀히 대하는 게 사실입니다.
 가령 기기의 AS 비용을 인하하는 것도 우리 협의회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 중의 하나인데, 우리 회원들이 단합하여 협의회에 힘을 실어준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봐요.”
 
 
◆ 영상의학교 전문의도 환자 볼 수 있어야
 
“학회와는 어떻게 역할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복지부나 의협은 관련 정책 결정에 학회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또 모든 의견은 학회와 의협을 통해 전달하도록 되어있어요. 현실적으로도 개원의들은 병원에 매여 시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데다 개원의협의회를 상근체제로 가져갈 입장도 못돼 학회가 개원의들의 많은 부분을 대변해주는 측면이 있지요.
 과거에는 학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대학 교수다 보니 개원가의 입장을 나름대로 이해한다해도 실무적으로 이를 반영하는 일이 쉽지 않아 서로 반목하는 일이 많았죠. 그러나 지금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서로 의견조율만 이루어진다면 대외적인 의사 표명은 개원의의 입장을 절충하여 학회에서 담당하고, 개원의협의회는 그 Contents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오는 17일의 춘계 연수교육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행사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고, 소요 예산은 어떻게 충당하시는지요?”

“약 200-300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생각되며 참가비와 협의회 회비로 충당하게 됩니다.”

양우진 회장은 350명 남짓이던 회원 수를 종합병원 봉직의 까지 아울러 1500명으로 늘려 놓았다. 우선은 참여 회원이 많아야 모임에 활기가 돌고 영향력도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후배들에겐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환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필름을 필름으로 대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다. 필름을 보되 그 속에서 환자를 느낄 수 있어야 전문의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양 회장은 ‘첨단 장비에도 불구하고 절대 엑스레이를 우습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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