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W 소비자불만 진단①] 조아제약 바이오톤, 집중력 향상 의약품 허가 실상은...


올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수능에 도전한 수험생들 중 상당수가 공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집중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집중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정신 수양에서부터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식품섭취까지, 수능점수 단1점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다. 수능시험을 앞둔 약 한달 전 본지 ‘닥터W’로 한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시중에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집중력 향상’에 좋다며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이 실상은 건강기능식품으로 과대광고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제보 접수 후 취재 결과, 제보가 상당부문 일리가 있다는 결론이다. 본지는 혹시 제보된 집중력 강화 제품을 섭취하며 수능준비를 해 온 수험생들이 수능 며칠을 남기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취재 내용을 수능이 끝난 지금 밝히고자 한다. [편집자 말]
 
조아제약의 ‘바이오톤’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집중력 향상 의약품’으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수험생과 고시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꽤 유명해진 제품으로 TV 등 방송매체를 통해 ‘집중력 향상 의약품’으로 선전되고 있다.
 
특히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다른 집중력 향상 제품들이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리고 있는데 반해,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 받은 일반의약품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조아제약 ‘바이오톤’의 1회 복용 용량인 15ml 한포에는 △꿀 2000mg △폴렌엑스(꽃가루 일종) 3000mg △맥아유(밀의 배아에서 추출한 기름) 750mg △로얄젤리 300mg이 들어있다.
 
폴렌엑스는 두뇌성장에 필수적인 레시친과 루신을 비롯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는 글루탐산을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다.
 
맥아유는 근육기능 개선, 기초대사 증진, 지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 물질 옥타코사놀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의 집중력 향상 근거는 간단하다. 집중력이 좋아지려면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이 제품에는 뇌세포를 만드는데 필요한 성분, 체력을 향상시키는 성분, 뇌세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성분이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론상 과히 틀린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ADHD, 즉 주의력결핍에서 오는 과잉행동장에는 엄연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으로 ‘메칠페니데이트’(향정신성의약품)라는 약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이 수험생들의 공부를 돕는 집중력 향상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이냐는 것이다. 의료계는 집중력 향상 문제가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지 않고 있다.
 
엄연히 의약품은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조아제약의 ‘바이오톤’이 의약품이라면 ‘집중력 향상’이 질병이라는 얘기다.
 
‘바이오톤’ 집중력 향상 의약품 아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유경숙 사무국장은 조아제약 ‘바이오톤’에 대해 절대 ‘집중력 향상 의약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 사무국장은 “바이오톤이 신진대사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집중력 향상 효과는 보장할 수 없다”며,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전 자체가 없는데 바이오톤은 의약품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과대광고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약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바이오톤의 주성분은 꿀, 로얄젤리, 맥아유, 폴렌엑스 등 모두 식품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 받아야 할 제품이 의약품으로 허가 받아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동일한 성분의 타사 제품도 의약품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동제약의 제품 ‘유니플랜’도 로얄젤리, 화분(꽃가루), 밀 배아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집중력 개선 제품이다. 조아제약의 ‘바이오톤’과 동일하다.
 
하지만 일동제약 ‘유니플랜’은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 받아 판매되고 있다.
 
동일한 성분의 두 제품이지만 하나는 의약품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조아제약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질의해 봤다.
 
허가과정 ‘집 나간 며느리도 모른다’
 
먼저 조아제약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바이오톤은 주요 성분이 독일에서 집중력 향상 효능으로 허가 받은 근거가 있다”며, “국내임상시험 결과는 없지만 효능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은 적이 없어 앞으로도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바이오톤에 나와 있는 효능효과와 용법용량만 말해줄 수 있다”며, “구체적인 것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자료 공개청구를 해야지만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다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질의했다.
 
식약청 생약제제과 오세욱 주무관은 ‘바이오톤’의 의약품 허가 과정 질문에 “독일에서 집중력 향상 효능을 인정했다는 조아제약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 바이오톤을 의약품으로 허가했다”며, “적법하게 허가된 사항으로 집중력 향상 효능에 문제 삼을게 없다”고 말했다.
 
다시 독일에서 집중력 향상 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것이 확실하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오 주무관은 “확인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의약품으로 허가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말 그대로라면 식약청은 조아제약이 제출한 자료만 믿고 ‘바이오톤’ 의약품 허가를 내준 셈이다. 또 어떤 임상실험 자료도 없이 외국에서 의약품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의약품이 되는 꼴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식약청이 수험생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집중력 향상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엄청나게 많은 질병인구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들의 학업성적이 오르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에게 ‘집중력 향상효능 의약품’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건약의 유 사무국장은 “약사인 나도 호기심에 바이오톤을 자녀에게 먹여봤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며 씁쓸해 했다.
 
지난 2007년부터 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바이오톤은 현재 30포로 포장돼 시중에서 4~6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약 60억원, 올해에도 비슷한 판매가 예상된다.
 
국내 유일의 ‘집중력 향상 의약품’이라는 ‘플라시보(위약효과)’에 소비자가 현혹되는 것은 아닌가. 그 명분을 식약청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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