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는 장점이 많은 검사방식

“밤새워 공부하고 논문도 쓰고 싶은데…”
 
고성혜 교수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 적을 올린 것이 지난 2003년의 일이니 벌써 만 4년이 지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고 교수는 개인적으론 둘째를 얻었고, 공식적으론 관련 학회에 논문을 전시해 몇 차례 큰 상을 받았다.

  상을 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상당한 고무가 된다. 쥐어짜듯 자신을 이끌어 낸 시간의 정점에 섰다가도 금방 기력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바로 상이다. 그리고 그 힘든 작업에 또 매달리게 만드는 것 역시 상의 마력이다.

  고성혜 교수는 지난달 18일부터 이틀간 열린 대한초음파의학회 학술대회 포스터 전시 부문에서 당당히 금상을 받았다.
이 학회에선 2004년 은상 동상, 2005년 동상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이번 논제는 Various Conditions showing Calcifications on Musculoskeletal US(근골격계 초음파검사에서 석회질보이는 여러 가지 질환). 내용은 근골격계 초음파 검사에서 석회질로 보이는 여러 가지 질환을 열거하고, 그 질환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초음파검사 소견을 정리했다.

 북미 방사선학회 전시부문에서의 수상경력까지 합치면 짧은 기간 동안 고 교수는 꽤 큰 성과를 쌓았다. 누구나 하는 것처럼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를 하다보면 보기 드문 환자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번 논문을 준비하게 된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스스로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한번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늘 뒤죽박죽으로 쌓아만 둔 임상 데이터가 말끔히 정리되는 것도 이 기간이며, 논제로 잡은 테마에 대해 머리속에서 정리할 기회를 갖는 것도 이 기간이다. 그러므로 고 교수는 가능한 한 초음파의학회 전시회에는 빠지지 말자는 주의이다.

“초음파는 아주 유용한 검사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검사하면서 금방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다 환자와 대화하면서 촉진을 병행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포스터를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얼마나 되나요?”

“경우에 따라 달라요. 길수도 짧을 수도 있죠. 테마에 따라서도, 집중도에 따라서도 기간이란 언제나 가변이에요.
사실 어머니가 갑자기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이번 학술대회는 포기할 까도 생각했었거든요. 하나님이 도우셔서 학회를 열흘정도 앞두고 어머니가 퇴원을 하셨고, 주위에서도 많이들 도와 주셔서 정말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 ‘기쁘게 준비한 논문 결과 좋아 다행’
 
고성혜 교수는 결과가 좋게 나와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용기를 많이 얻었단다. 급하게 한 일이지만 편하게 기쁘게 준비했고, 그걸로 결과를 얻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단다.

“전 크리스찬이거든요. 이런 자리에서 종교 얘기를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전 가끔씩 하나님이 저를 통해 일을 하시는 걸 느끼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느낌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때맞춰 기자님이 전화를 하셨고요.”

“병원에선 교수님들의 연구 활동에 지원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특별한 지원이야 있을 게 없지만 우리 병원이 초음파 검사 조건은 잘 돼 있어요. 환경이 열악하지 않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환자들을 편하게 꼼꼼하게 볼 수 있거든요. 우리 과엔 지금 과장님을 포함해서 스탭이 11명이고, 레지던트가 7명이에요. 이들과 어울리면서 사람들이 좋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니 그것도 복이죠 뭐.”

“근무 시간은 어때요? 늦게 까지 있어야 하나요?”

“7시 반에 conference가 있어서 일찍 출근해요. 퇴근은 일정하지가 않죠. 빠를 때도 있고 늦을 때도 있고, 우리 일이라는 게 근무시간이 아니라 그날 잡힌 검사를 모두 소화해야 진료가 끝나는 시스템이니까요.”

“그래도 평균하면 이 정도다 하는 선은 있을 것 아니에요?”
재차 물어도 고 교수는 ‘글쎄 그게 다 다르다니까요?’ 정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추측컨대 아마 퇴근이 생각보다 훨씬 늦어지지 않나 싶다.

이번엔 화제를 바꿔봤다.

“결혼은 언제 하셨죠? 애기는요?”

“2001년에 결혼했어요. 남편은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데, 요즘은 중국을 자주 드나들어요. 두 딸을 두었는데, 이제 5살 4살이고요. 아이들한테 미안하죠 뭐. 제대로 하려면 매일 밤새워가면서 공부도 하고 논문도 써야 하지만 애들을 보면 그러지도 못해요.”

종교적인 고백이 몇 차례 더 따랐다.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하고선 마음과 몸에서의 불편이 말끔히 정리되더라는 거였다.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어선 4시 20분에 어김없이 일어나는 생활이지만 틈을 봐서 짧게 몇 차례만 눈을 붙여주면 피곤을 모른다고도 했다.

화제가 다시 제 길을 잡아간다.
 이번엔 포스터 전시라는 표현 방식에 대해 물어봤다. 이 같은 방식의 논문이 자신의 전문 영역과 잘 맞는지에 대해…

“사진 위주인 영상의학과로선 참 좋은 표현방식이에요. 이런 저런 설명보다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극명하거든요. 논제를 잡을 때도 저는 희귀한 케이스를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아는 문제이지만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주로 고르는 편이에요. 교육목적에도 맞고, 다른 의사들에게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거지요.”
 
 
◆ 영상의학 비중 높아지는 추세
 
“하루에 몇 건이나 진료를 하시죠?”

“초음파요? 초음파 검사는 월 화 수 금 오후에 잡히는데 일주일이면 30건 내외일거예요. 매주 30케이스 정도가 쌓이는 거죠. 그걸 엑셀 같은데 저장해 두었다가 미루고 미뤄서 학술대회가 다가와서야 정리를 하는거죠.”

고성혜 교수는 원래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다. 그러다 영상의학을 알아야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게 됐다. 경희의대를 졸업한지 10년 만에 서울의대 진단방사선과 근골격계 전임의를 수료한 것.

“초음파는 특히 근골격계의 경우 작은 구조의 근육이나 혈관까지 자세히 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돼요. 또 CT나 MRI는 환자들이 기계 쪽으로 가야 하지만 초음파는 기계가 환자한테 가거든요. 이것도 장점이에요. 개원가에서도 영상의학의 비중이 많이 커졌어요. 진단 부문에서 방사선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거죠. 특히 유방 검사의 경우 촬영에서 진단 설명까지 영상의학과가 혼자서 다 할 수 있거든요.”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좀 들려주시죠.”

“논문을 많이 쓰고 싶은데 시간이 늘 모자라요. 개인적으론 애들 건강하게 자라고  가족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고요.”

“주말은 어떻게 보내세요? 평일을 그렇게 바쁘게 보냈으니 일요일엔 낮잠도 좀 자고 그러나요?”

“토요일엔 시댁을 가고, 일요일엔 친정을 가요. 부모님들이 애들을 보고 싶어 하셔서 그렇게 해야 해요. 가끔 시댁에서 며느리가 오수를 즐기기도 한답니다.”

고성혜 교수는 ‘그런 일상의 분주함을 모두 하나님께 맡겼다’고 몇 번을 강조해서 말했다. 모자란 걸 채워주시고 넘치는 걸 덜어내시는 손길을 언제나 느끼며 산단다.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느 남자 동료들처럼 하고 싶은 일에만 빠져들어도 좋을 입장이었더라면 아마 고 교수의 성과는 지금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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