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4대만성질환 라이벌戰] ‘B형간염치료제’ 국내시장 판도변화 예고

약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B형간염치료제 시장은 그동안 BMS제약의 ‘바라크루드’가 독점하고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 1일 강력한 바라크루드 대항마로 꼽히던 길리어드의 ‘비리어드’가 본격 출시되면서 시장흐름에 변화가 예고됐다. 비리어드가 바라크루드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성능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이번 신년기획을 통해 두 품목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2013년 B형간염치료제 시장에서 바라크루드가 챔피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 국내 시장 선두 ‘바라크루드’
 
한국BMS제약의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터카비어)는 지난 2007년 1월 한국에 출시돼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6년간 1.2%)로 만성 B형간염의 1차와 2차 치료제로 처방됐다.
 
약 2000억원 이상의 국내 만성B형간염치료제 시장에서도 바라크루드는 지난 2011년 1210억원, 지난해 11월 누적 1434억원의 원외처방액을 달성하며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1위 시장 선점에도 바라크루드는 길리어드의 비리어드 출시에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BMS제약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 출시 약 10일전, 아시아 환자들을 대상으로한 리얼라이프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바라크루드 내성 발현률이 기존 1.2% 수준에서 절반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비리어드 출시에 앞서 아시아인에게 강점을 갖고 있다는 데이터를 발표한 것.
 
BMS제약에 따르면 홍콩 리얼라이프데이터에선 5년간 0.6%의 누적 내성발현률과 98.9%의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보였고, 일본 리얼라이프데이터에선 5년간 0.4%의 누적내성발현률을 나타냈다. 기존 발표된 내성발현률에 비해 실생활 데이터에서 절반 수준의 내성발현률을 확인한 셈이다.
 
호주 멜버른 빅토리안 감염 연구소 로카르니니 연구소장은 “아시아인은 유럽인과 다른 유전자형을 갖고 있어 같은 치료제로 치료를 하더라도 서로 다른 효능 및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아시아인과 유럽인 총 1263명의 만성B형 간염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서 유전자형 A-D가 많은 유럽 환자들에게서 뉴클레오 사이드 계열인 라미부딘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유전자형 B-C가 많은 아시아 환자들에게서는 뉴클레오 타이드 계열인 아데포비어 내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BMS제약은 바라크루드의 마케팅 강화를 위해 보령제약과 공동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1년 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했던 보령제약과 바라크루드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 새로운 강자 ‘비리어드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유한양행이 판매하는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어)는 지난 12월 1일 바라크루드(0.5㎎ 5878원, 1㎎ 6497원)보다 저렴한 5285의 약가를 책정받고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의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비리어드는 HBV DNA의 복제를 억제하며, 5년동안 지속적으로 투여했을 때에도 약제내성이 ‘0%’로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6년간 비리어드로 계속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은 음성과 양성 각각 99%와 97%에서 혈중 HBV DNA가 400copies/mL 이하로 억제된 상태로 유지했다.
 
이처럼 뛰어난 효과와 낮은 내성발현률에 해외에서도 처방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대한간학회는 출시 전부터 가이드라인을 통해 테노포비어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한 바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한광협 교수는 “약이 효과가 좋다고 하면 좀 더 내성이 안생기는 약, 저렴한 약을 바라게된다. 이런 약의 등장은 항바이러스시장에 선의의 경쟁을 시켜 환자에게 치료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바라크루드가 최근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지역 리얼라이프데이터를 통해 아시아인에 대한 제품의 유효성을 입증하자 비리어드도 즉각 반응하고 나섰다. 비리어드는 총 5년으로 설계돼 이번에 처음으로 2년간 데이터가 발표된 121 연구를 통해 아시아인에 대해 높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121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34%가 아시아인, 61%가 코카시안이었다.
 
비리어드는 이 같은 효과와 현재까지 ‘0%’에 수렴하는 내성발현률을 무기삼아, 유한양행의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 2013년, B형간염치료제 승자는?
 
B형간염치료제 대형품목 비리어드가 시장에 새롭게 출시됐지만, 상반기부터 급격한 변화는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밀라노대학의 람페르티코 교수는 “내성이 생긴 환자의 경우 당연히 (다른 치료제로) 옮겨야겠지만, 바이러스 억제가 잘 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면 굳이 약제를 바꿀 이유는 없다”며, 수치에 연연해 바로 약제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유한양행과 손잡고 마케팅에 나서는 것처럼 BMS제약도 보령제약과 공동프로모션 계약을 통해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부는 쉽게 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바라크루드가 B형간염치료제 시장을 독주하던 상황에서 효능 좋은 새로운 경쟁 품목의 등장은 의사와 환자들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길리어드와 BMS제약이 보다 아시아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두 업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많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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