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올해는 뭔가 보여줄 모양이다. 서로의 이해 갈등에서 비롯된 다툼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너무 조용했다.
 
좋은 쪽으로 보면 ‘해외건설 10억불 수주’, ‘자동차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 ‘조선산업 세계 최강’, ‘전 세계 부는 한류열풍’ 등의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질 때, ‘의약품 1억불 수출’, ‘국산 의약품이 세계인 치료’ 등의 소식을 전해본 바 없다.
 
나쁜 쪽으로도 마찬가지다. 정권 교체시기 때만 되면 왕왕 터지던 ‘00게이트 사건에 00제약사 연류’ 또는 ‘00제약 사장, 대통령 친인척 비리 연류’ 등 굵직한 사건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제약산업은 규모면에서 일반 국민들이나, 정치권으로부터 약간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그저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기간이 끝나면 복제약 내놓고 팔고, 병의원 상대로 리베이트 제공해서 팔고.
 
허나 지금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대략 전 세계 제약시장 규모를 1000조원대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시장은 더욱 커져갈 것으로 본다. 이 시장을 한국이 노리고 있는 것이다.
 
불행히도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는 민간기업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혁신형 제약기업’이라는 괴상한 제도도 나오게 됐다. 또 리베이트 쌍벌제, 약가인하 등등 정부에 의한 메스가 가해지고 더욱 강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약업계는 아직도 정확한 상황 인식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좋은 약 하나 만드는데 얼마만한 시간이 드는 줄 아냐”, “막대한 비용을 국내 제약업체 누가 해낼 수 있느냐”, “일본도 글로벌 제약사 하나 나오는데 200년 걸렸다” 등등 자조적인 목소리만 내놓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위제약사들에서는 글로벌화의 외침도 나온다. 허나 리베이트 적발로 혁신형 기업에서 탈락할 것을 걱정하고, 남의 회사 앞에 가서 시위하고, 짜고친 리베이트 뒤집었다고 두고 보자 하고. 이래서는 정말로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는 요원하다.   
 
파괴는 새로운 창조를 만든다. 그동안 곪아 왔던 서로간의 갈등들을 올해 다 터트리자. 그리고 좀 더 치열하게 먹고 먹히는 싸움을 하자. 그래서 제약업이 국가 백년대계의 중심에도 서 보자.
 
가장 최근에 읽어 본 책이 ‘농민독본’이다. 이 책은 윤봉길 의사가 1927년 20세의 나이로 향리인 덕산 시량리에 있을 때 농촌개혁운동을 위해 지은 계몽서적이다.
 
책에서 보면 ‘세계를 움직이려거든 내 몸을 먼저 움직여라’라는 문구가 나온다. 제약산업이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보다 큰 싸움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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