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부상 방치시 관절염으로 평생 고생…2시간마다 30분 휴식

스키장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하얀 눈밭을 달리는 쾌감만을 생각할 뿐 곧바로 큰 부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사망하기도 하는 격렬한 운동이라는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다. 활강의 짜릿함에 들떠 자칫 안전수칙을 무시하게 되고, 추운 날씨 탓에 평소보다 근육이 경직되어 있고 유연성이 떨어져 가벼운 낙상이나 충돌에도 예기치 않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스키인구 1천명 당 3~7명이 부상당한다고 하니, 이를 따져보면 연간 1만~2만 여명 정도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셈이다.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급경사를 빠르게 하강하는 스키의 특성상, 한번 부상을 당하면 1개월에서 9개월까지 긴 치료기간이 필요한 중상인 경우가 많다. 하체는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간 상태로 넘어져 대개 무릎 관절의 연골이나 인대가 손상되는데, 부상부위는 무릎, 머리, 손, 어깨 순으로 나타난다.
 
◆무릎전방십자인대 파열시 후유증 심각

전체 스키 손상 중 3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한 무릎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부상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지만 후에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 비해 스키부츠의 발달로 발목관절 부상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스키 자체의 길이가 길고 전진하는 운동 방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충돌이나 낙상 시에는 다리를 바깥쪽으로 돌릴 때 생기는 굴곡력, 외회전력 및 외전력이 무릎관절에 동시에 가해지게 되고, 따라서 무릎 안쪽 부인대 손상, 전방십자인대 파열 및 반월상 연골 파열 등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손상 후 대개 1~2시간 후 무릎관절의 부종과 함께 통증이 심해진다.
 
이때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부목고정 및 안정이 필요하며 방사선 촬영 및 MRI 등의 검사 후에, 특히 전방십자인대 파열에 대해서는 수술을 통한 재건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파열된 반월상 연골에 대해서도 양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후에 무릎관절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관절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X-ray로도 잘 안 보이는 손목 삼각연골 손상

손목 골절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골절은 방사선 사진으로 쉽게 진단되며, 뼈를 맞추고 석고 고정하면 잘 치료된다.
 
그러나 뼈가 잘 치유된 이후에도 손목의 통증이 있는 경우(전체의 약 30%), 골절되지 않았는데도 낫지 않고 계속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손목의 ‘삼각연골’ 손상인 수가 많다.
 
손목 관절 속에 있는 ‘삼각연골’은 연골 손상 중 가장 흔한 부위로 이곳을 다치면 방사선 검사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손목을 움직일 때 거북하고 문을 밀기가 힘들거나, 손을 돌리면 통증이 나타난다.
손목의 척골 쪽(새끼손가락 쪽)을 눌러봐서 통증이 있고, 반대쪽 손으로 손목을 최대한 외회전, 내회전시켜 보아서 같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면 삼각연골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로 잘 낫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하다. 관절 내시경 수술로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거나 변연절제술 등의 치료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스노보더는 왼쪽 다리 부상 주의

스키를 타는 중에 엄지손가락 부상도 흔하다. 대개 넘어지는 순간 스키폴의 끈이 엄지손가락에 휘말리면서 발생한다. 이럴 경우 단순히 손가락이 삐었다고 지나치기 쉬운데 인대 손상이 심한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최근 젊은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노보드는 양쪽 다리를 보드에 붙이고 왼쪽 다리를 내밀고 타는 특성 때문에 왼쪽 다리 부상이 오른쪽보다 두 배 정도 많다. 또 폴대 대신 손으로 방향을 잡기 때문에 팔 골절도 흔히 발생한다. 
 
◆전문구급요원의 응급조치 기다려야

스키부상의 대부분은 넘어질 때 생기므로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는 스키의 횡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 언덕 쪽으로 손을 짚고 넘어지는 것이 좋다.
 
이때 폴을 과감히 버리고 손은 스키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다리를 모아야하며, 도중에 무리하게 몸을 일으키려 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동료가 부상을 당해서 머리 및 척추 손상이 의심스러울 경우 절대 안정이 필수적이며 전문 구급요원의 응급처치 시까지는 환자의 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인대부상 및 사지부위의 골절 등에는 부목을 대고 부목이 없을 때에는 스키나 폴 등을 부목으로 이용하여 고정시킨 후 이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직접적으로 상처부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문가가 함부로 만지면 부분파열의 정도가 완전파열로 악화될 수 있으며 자칫 뼛속 깊이 숨어있던 혈관이나 신경조직들까지도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외 베거나 찢어진 경우에는 지혈이 가장 중요한 응급치료이다.
 
가벼운 부상일 때는 견딜 만큼 아프다가 4~5일 후 부기와 통증도 가라앉는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관절염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스키 도중 넘어져 무릎이 아프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안전요령 지키면, 건강+재미 만점짜리 운동

무엇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라는 것은 스키 안전요령 중 첫 번째로 꼽힐 만큼 중요한 항목이다. 자기 수준보다 높은 상급자용 슬로프에 무리하게 올라가는 것이 가장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평소에 충분한 체력을 유지하고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통계상으로 스키를 타기 시작한 후 3시간 이후 부상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2시간마다 30분씩 휴식을 취해주고 피로하면 즉시 스키를 중단해야 한다. 음주상태에서는 절대 스키를 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무릎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키판과 신발을 고정하는 바인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체중에 비해 바인딩이 너무 강하게 조정돼 있으면 넘어질 때 스키판에서 신발이 분리되지 않아 부상이 심해진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바인딩을 약하게 조절해야만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 갑자기 혹은 점진적으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일단 하던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통증은 우리 몸의 어느 곳인가 부상을 당했다는 신호이다. 가벼운 운동으로도 심한 부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스키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모두 사용하는 전신운동으로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민첩성, 순발력, 균형감각 등 각종 피트니스의 기본 요소들이 모두 요구되는 좋은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또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스키의 매력일 것이다.
 
원칙을 지키고 사전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만이 스키를 100배로 즐기는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도움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유정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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