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약품 허가심사 자료가 없다...관리 소홀 책임져야

본지 닥터더블유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한국에서 팔리는 말도 안 되는 약’이 현실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본지 닥터더블유가 ‘한국에서 팔리는 말도 안 되는 약’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며, 정보공개를 요청한 것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였다.
 
3월의 경우 식약처의 답변은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정보공개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본지는 정보공개 내용이 기업의 경영 또는 영업상의 비밀을 밝혀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약품들이 어떤 과정(허가기준, 심사과정)에 의해 의약품으로 허가 되었는가를 공개해 달라는 것으로 담당 공무원들을 이해시켰다.
 
이어 식약처와의 수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정보공개 의사를 확인하고, 식약처의 요구대로 5월에 재차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정보공개 내용은 모두 네 가지다.
 
우선 조아제약 ‘바이오톤’의 경우 원료가 식품으로 구성,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약리기전이 없는데 어떻게 일반의약품으로 허가 받았는지.
 
다음으로 휴온스 ‘알룬정’, 제일약품 ‘드리메이드정’, 삼진제약 ‘액티브슬림정’ 등은 식품인 다시마의 주성분 알긴산으로 만든 제품으로 약리작용은 없고 물리적 성질만 있는데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근거.
 
그리고 휴온스 ‘다이센캡슐’ 제일약품 ‘클론캡슐’은 녹차의 다엽가루로 만든 제품으로 이뇨작용으로 인한 체중감량보조제로 전문의들의 위험성 지적.
 
끝으로 삼진제약 ‘트레스탄’ 조아제약 ‘에피스캡슐-시프로햅타틴이 항세로토닌 작용으로 포만 중추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결합하는 것을 막아 식사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로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됨으로써 의사 처방 없이 함부로 복용하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정신과 의사의 지적을 근거로 전문의약품으로 허가 받아야 할 제품이 일반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경위 등이다.
 
이 같은 질의 내용에 대해 식약처는 답변 기간을 넘기며, “답변 기간 내 답변을 못해서 미안하다. 자료를 취합하는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 달라”는 매우 친절(?)한 멘트를 날렸다.
 
이윽고 식약처로부터 답변이 왔다. 허나 어이가 없다.
 
본지에 전달된 답변 내용은 그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에 대한 분류 기준이 다였다. 이 정도 답변이라면 웬만한 인터넷 자료 검색 능력을 갖춘 중고등학생도 아주 손쉽게 한 두시간이면 정리할 내용이다.
 
여기서 더 가관인 것은 따로 있다. 답변이 너무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문제 제기한 의약품들의 의약품 허가, 심사 자료가 식약처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의약품 허가, 심사 자료가 영구보존 문서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영구보존 문서를 폐기 또는 분실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이 많은 의약품들을, 그도 아니면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옹색한 변명을 하는 것인가.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이유가 됐던지 지금 이대로의 식약처라면 국민의 건강을 식약처에 맞길 수 없다는 것이다.
 
군인이 경계를 소홀이 하고 총기를 분실한다면 국민의 안보가 위협받는다. 경찰이 치안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국민의 치안이 위협 받는다. 마찬가지로 식약처가 의약품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기업들과 야합한다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다.
 
조그만 동네 민원센터에서도 서류가 분실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려울 진데, 하물며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모인 식약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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