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통한 정확한 의학정보, 자기 관리 중요

16년째 크론병으로 투병 중인 이 모씨(32세, 대학원생)는 지난 22일 열린 염증성 장질환건강강좌 및 환우 가족 동우회에서 자신의 투병기를 발표하며 연신 질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관심을 강조했다. 이 씨는 “어린 나이에 질병을 겪으면서 항상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5번의 수술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나의 질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이를 관리하는 나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우들에게 자신의 주치의들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적극적인 ‘자기 질병 알기’를 강조했다.
 
지난 22일 이대목동병원 2층 대강당에서는 염증성 장질환 건강강좌 및 환우 가족 동우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환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정성애 교수 등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강의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노트에 기록한 것은 물론 질의응답 시간에는 염증성 장질환이 주로 젊은 층부터 발병하다 보니 임신과 음식에 관한 질문이 많았고 환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의학정보도 많았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치료를 위한 약물이 기형아를 유발한다’, ‘유제품은 무조건 먹으면 안 된다’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상당 수는 잘못된 의학정보에서 온 것들던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질환자 출산율, 일반인과 큰 차이 없어
염증성 장질환은 출산의 기회가 높은 젊은 나이에 주로 발병한다. 임신을 하기 전 염증성장질환을 진단받은 여성들은 정상인에 비해 적은 수의 자녀를 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약물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정성애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도 질환의 관리를 잘하면서 계획된 임신을 준비하면 정상출산율이 일반인과 별 차이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팀은 인터넷 염증성 장질환 환우 모임의 가임기 남녀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이 임신과 출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인터넷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329명 중 질병 진단 후 여성의 경우 본인과 남성의 경우 배우자의 임신을 경험한 75명(여 36명, 남 39명)의 113회(여 56회, 남 57회)의 임신을 대상으로 임신 결과 및 질병의 경과, 약물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환자들의 총 56회 임신 중 60.7%(34회)가 정상적으로 출산을 했다. 자연유산은 10.7%(6회)에서 발생했으며, 조산과 사산은 모든 여성 환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정상 출산율 69%, 자연유산율 9.5%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공유산을 시행한 10회(17.8%)는 모두 계획된 임신이 아니었고, 자신의 질병 활성도가 경증이었지만 약물에 대한 악영향을 걱정한 나머지 결정한 것이었다.
 
남성의 경우 배우자들의 총 57회 임신 중 78.9%(45회)가 정상 출산을 했으며, 자연유산은 8.8%(5회), 인공유산은 2회로 나타났다.
 
출산 후 여성은 선천성 기형아 출산의 경험이 없었지만 남성의 경우 3회가 있었는데, 병 자체보다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성애 교수는 “우리나라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임신 결과는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약물의 임신에 대한 영향도 뚜렷하지 않다”며 “질병의 악화와 태아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계획적인 임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분히 먹고 식사 일기 쓰기 습관 들여야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대부분은 체중감소를 호소하며, 실제로 염증성 장질환자의 많은 수가 영양불량 상태라는 보고가 있다. 이는 설사, 복통 등의 증상으로 인한 섭취감소와 출혈 및 누공 등으로 인한 영양손실 때문이다.
 
따라서 균형 잡힌 영양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통해 성장발달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단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자신의 식사 일기를 적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전 특정 음식을 먹었더니 증상이 나빠졌다 등 자신이 먹은 음식과 그 후의 증상을 기록한 식사 일기를 남기면 나중에 그 음식은 피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는 것이다.
 
또 유제품의 경우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당에 대한 불내성, 즉 먹은 후 복통이나 설사가 오는 경우엔 다른 가공형태(치즈나 발효음료)의 제품을 먹어보고 이 또한 불편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오메가 3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등 푸른 생선과 칼슘이 풍부한 멸치, 두부 등은 하루에 1번 꼭 먹는 것이 좋지만 장에서 가스를 유발하는 양배추, 삶은 계란 노른자, 양파, 브루컬리, 탄산음료 등은 본인이 가스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할 경우 피하는 것이 좋다.
 
이대목동병원 강연하 영양사는 “어떤 특정 음식이 불편하다고 평생 그 음식을 안 먹는 것보다 두, 세달 후 다시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며 “식사 일기를 꾸준히 작성하면서 자신에 맞는 음식을 미리 알아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염증성 장질환은 서구에서는 흔한 질병으로 유병률이 인구 1천명당 1명 꼴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인구 1만 명당 1명으로 적은 유병률을 보이며,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염증이 발생하는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우리 몸의 소화(消化)기관 어디에서든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발병 시기가 전 연령대로 다양하지만 두 질병 모두 비교적 어린 나이인 10대와 20대에 발병하여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환자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이 희귀난치성 질환이라 진단 후 곧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도 아니고 치료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완치는 아니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관리를 잘 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환자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면 대장의 일부를 잘라내 장루 주머니를 달거나 심한 경우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전문의로부터의 정확한 의학정보와 이를 통한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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