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서 벌어지는 갑의 횡포...병원 관계자 “남의 일에 신경 꺼라”

취업에 절박한 청년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서류접수비(이력서, 전형료)를 받고 있는 병원이 있어 고용시장에서도 ‘갑’의 횡포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원주기독병원(원장 윤여승)은 입사지원자가 서류를 접수할 때 전형료 2만원을 내야한다는 채용공고를 내고 수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서류 접수비용을 챙기고 있다.
 
이에 대해 절박한 상황에 놓인 청년 구직자들의 처지를 이용해 병원의 수익을 올리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취재가 들어가자 원주기독병원 인사팀 관계자는 “직원 채용과정 중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수료 2만원을 받는다”며, “구직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되레 불쾌함을 나타냈다.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인사팀의 고유 업무로 거기서 발생한 비용을 구직자들에게 부담 지우는 행위는 부당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인사팀 관계자는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수수료를 받고 국가가 공무원을 선발할 때도 수수료를 받는데 왜 우리한테만 문제 삼냐”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학의 주 수입원이 등록금 밖에 없고 국가가 공무원을 선발할 때 치르는 필기시험 실비를 받는 것과 비교를 하고 있다.
 
병원을 위해 일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인데 이것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 인사팀 관계자는 “다른 병원도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구직자들한테 수수료를 받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원주기독병원이 말한 다른 병원은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으로 확인됐다.
 
계속된 질문에 원주기독병원 인사팀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던지 말던지 신경 끄라며 누구 마음대로 보도하냐”고 화를 내며 답변을 거부했다.
 
원주기독병원과 같은 고용시장에서의 ‘갑’의 횡포는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실업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단체인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원주기독병원이 직원을 채용할 때 접수비를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이런 일이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확인시켜 줬다.
 
한 사립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 구직자들에게 면접비 3만원을 받는다며,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년 구직자들이 이들로부터 피 같은 돈을 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면접비는 회사가 면접에 참가한 구직자에게 제공하는 것인데 이와 반대로 구직자가 회사한테 면접비를 주고 면접을 보는 실정이 만연한 상황으로 드러나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원주기독병원의 행태에 대해 고용노동부 오현석 근로개선정책관은 “현행 법령에는 채용과 관련된 비용에 대한 규칙이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이들 기업들을 제제할 방법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오 정책관은 “직원 채용을 할 때 비용을 받는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원주기독병원처럼 수수료 명목으로 구직자들한테 2만원을 받는 것은 심하다”고 말해 고용노동부도 이들의 행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아울러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깜짝 놀라며 “직원을 채용할 때 전형료를 받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사협회 관계자도 “의료기관에서 제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간호사로 채용인원도 가장 많아 서류접수비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그런 일은 처음 듣는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어 그는 “거꾸로 구직자에게 돈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채용을 미끼로 돈 버는 수단을 삼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분노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가 원주기독병원에 항의하자 원주기독병원 인사과 관계자는 “간호사를 채용하면 정원보다 10배수가 지원한다”며, “그런 명목으로 접수비를 받는다”고 궁색한 변명을 해왔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계륜 의원(민주당)은 지난해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할 때 당하는 부당한 행위를 막기 위해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와 관련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관련 법령이 없어 기업들의 횡포를 제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더 이상 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들에게 이 같은 횡포를 부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이 입법 추진한 법안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수용함으로써 올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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