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야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동지애'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가 오후 6시를 넘어서도 열리고 있다.
 
201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기초연금 대선공약 철회,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방사능 오염문제등 굵직한 사안들이 많았다.
 
특히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퇴까지 불러온 기초연금 대선공약 철회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여야 의원들의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대부분의 국민은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정말 사이가 안좋을까’, ‘혹시 언론 앞에서만 서로 싸우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해보는 국민도 있을법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점감사가 열리던 지난달 21일 기자는 이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에 도착한 충북 오송역은 국정감사를 앞둔 식약처 공무원들이 여야 의원들을 맞이하기 위해 안내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안내한 곳은 식약처로 출발하는 VIP 셔틀버스. 안내하는 공무원에게 식약처로 출발하는 셔틀버스가 맞는지를 물었다.
 
이 공무원은 기자를 어느 의원의 보좌관으로 생각한 듯 “맞다”며, 셔틀버스 탑승을 제지하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옷이 중요해’라는 씁슬한 생각을 하면서 셔틀버스 쪽으로 걸어갔다.
 
셔틀버스에 올라타자 마자 새누리당 J의원과 민주당 L의원이 사이좋게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들어왔다. 여야 의원들이라면 같이 앉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단 몇초만에 이 생각이 착각임을 깨달았다.
 
여야 의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후에도 의원들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계속 오고갔다.
 
나머지 의원들이 탑승한 후 셔틀버스가 출발하자 J의원은 천장에 장착된 조명시설을 보더니 “버스 분위기가 노래방”이라며 다른 의원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기자 앞자리에 앉은 새누리당 M의원은 맑은 목소리로 다른 의원들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나눴다. 이어 기자 뒷자리에 앉은 민주당 K의원은 다른 의원들에게 인사를 한 후, 창 밖에 비친 제약사 공장을 가리키며 “식약처 주위에 제약사 공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의 오고가는 대화속에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셔틀버스가 식약처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K의원이 식약처 주차장을 보며 “왜 지하 주자창으로 만들지 않았냐”고 다른 의원에게 묻자 “지하 주차장으로 만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당연한 답변이 돌아왔다.
 
셔틀버스가 식약처에 도착하자 여야 의원들은 “오늘 하루 수고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소속 정당을 떠나 “국정감사장에서 수고하자”는 이들에게서 따뜻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여야 의원들이 셔틀버스에서 내리자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과 취재진들이 벌떼처럼 몰려나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언론에 비친 정치인들의 다툼이 소속 정당을 위한 여야 의원들의 계산된 행동으로 사실은 동지애가 있는 따뜻한 관계라는 것을 ‘특별한 경험’을 통해 확인하는 날이었다.
 
기자는 이들을 뚫고 나와 기자실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식약처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감장에서는 셔틀버스에서 봤던 여야 의원들의 화기애애한 모습과는 달리 서로에게 날선 비판으로 지적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국감을 마치고 여야 의원들이 돌아갈 때,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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