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조교수, ADHD 환자 모두 약물 복용해야 하는거 아니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처방량이 반토막 나는 의약품이 있다. 이 의약품은 신학기가 시작하면 처방량이 증가한다. 서서히 증가하던 처방량은 수능 직전인 10월 최고점을 찍고 급락한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이 더 이상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패턴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교육 특구인 서울 강남3구에서 가장 많이 복용되고 있다. 비수기로 접어든 이 의약품은 일명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진 ADHD치료제 ‘메칠페니데이트’이다. 국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가 가장 많이 처방받는 의약품은 한국얀센 ‘콘서터OROS’이다. 이 제품은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한다.
 
본지 ‘닥터더블유’는 지난 2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간사인 인제대 일산백병원 박은진 조교수(정신건강의학과·사진)와 수험생들 사이에서 오남용되고 있는 ‘메칠페니데이트’에 대해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ADHD로 진단하고 처방하려면 의료진과 보호자가 6개월 동안 관찰할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고 있는데 의료현장에서 진단과 처방을 빨리하는 이유는.
진료를 받으러 온 아동 중 ADHD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심각해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충동적이고 산만하다고 ADHD로 진단하지 않는다. ADHD로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이 발달학적으로 정상시기가 있으며 다양한 이유로도 발생한다. ADHD로 진단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있다. 진단이 확실하다면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진단과 처방을 늦게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병원에서 와서 6개월 간 확인하라는 것이 아니라 평상 시 잘 지켜보라는 것이다.
 
-2008년부터 ADHD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지난 5~6년 전부터 ADHD가 자녀를 둔 학부모들한테 많이 알려졌다. 건강보험 적용확대와 인식변화, 약물처방이 증가하면서 ADHD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체 학령기 5%를 ADHD 유병율로 본다. 하지만 실제 치료받는 아동은 20%도 안된다. 예전에 비해서 치료받는 아동은 증가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지난 가을 국정감사에서 메칠페니데이트 사용량이 중고생 기말고사 기간에 증가한다며 지적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ADHD가 아닌 청소년한테 메칠페니데이트를 처방하지 않는다. ADHD 환자가 아닌데도 이 약을 복용하면 집중력이 향상돼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메칠페니데이트를 복용한다고 2등을 하던 학생이 1등 하는 거 아니다. 성적은 공부를 해야 오른다. ADHD 청소년도 또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많이 한다. 보통 아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ADHD 청소년은 시험기간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처방을 받아 복용을 꼭 해야 한다. 복용을 한다고 없는 능력을 생기게 하는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기말고사 기간에 처방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방학 기간에 처방이 감소하는 이유는 부작용이 염려돼 줄여보려는 시도다. 아이들도 매일 약 먹는 것을 힘들어한다.
 
-메칠페니데이트가 마약류인데 중독 문제는 없는지. 청소년들은 이 약을 안먹으면 불안해서 계속 먹게 된다고 하는데 중독아닌지.
메칠페니데이트를 ADHD 치료를 하기 위한 제한된 용량으로만 복용하면 이 약물에 중독된다는 의존성 데이터는 현재 없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빨리 이 약을 끊고 싶어한다.
 
-한국얀세 ‘콘서터OROS’가 메칠페니데이트 시장 점유율 60%이다. 의료현장에서 이 의약품을 주로 처방하는 이유는.
메칠페니데이트 의약품은 4가지 밖에 없다. 콘서터는 1차 선택약으로 많이 사용한다. 서방정이라 작용 시간이 길다. 하루에 한 번 복용하면 된다. 작용 시간이 짧은 속효성 의약품은 4번 이상 복용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활동하는 낮에만 속효성을 복용하고 고학년일수록 약효가 오래 가는 서방정을 선호한다.
 
-환인제약 ‘페니드’를 갈아서 에너지음료와 복용하면 환각증세가 발생한다는 복용하는 사례가 있다. 처방을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청소년은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약이 아니더라도 환각증상에 빠지기 위해 다른걸 하고도 남는다. 페니드 처방을 중지하는 것 보다는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메칠페니데이트 장기 임상결과는 없는 것으로 안다. 부작용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것 아닌가.
10년 이상은 없지만 5~7년 임상결과는 많이 나왔다. ADHD 환자를 대상으로 메칠페니데이트 임상시험을 진행하는게 쉽지 않다. 당연히 부작용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안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조절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고 계속 관찰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처음에는 메칠페니데이트를 복용하면 소화가 안되고 잠이 안오는 경우가 많다. 영양부족과 수면부족으로 키가 자라지 않을까봐 ADHD 청소년의 학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만약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ADHD 환자라고 모두다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거는 아니다.
 
박 조교수는 메칠페니데이트에 대해 ‘공부를 잘 하는 약’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이 약을 먹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면 자녀한테 먹이겠다고 했다. 그만큼 ‘공부를 잘 하는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칠페니데이트는 ADHD 청소년이 또래 아이들과 같이 잘 어울리고 일생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약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료현장에서 ADHD 청소년을 진료하는 임상의사들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정한 진료지침을 정확히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잘 못 알려지고 있는 ‘메칠페니데이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그 폐해에 대한 기사는 신년 기획기사로 다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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