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성추행 가해자 지도교수에 솜방망이 처벌 비난

‘전공의 성추행’ 사건이 지도교수의 사과로 당사자간 합의를 마쳐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대전협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8일 가해자인 A병원의 지도교수는 성추행 혐의 사실을 시인하고 피해자인 전공의와 그 가족에게 사죄를 했다. K대학병원 파견 전공의인 피해자도 지도교수의 사과를 받아들여 양측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부실한 진상조사로 여성 전공의에게 2차 피해를 제공한 A병원에게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A병원이 사과요청 공문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이번 성추행 사건을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사자간 합의로 마무리 되던 ‘전공의 성추행’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대전협은 이번 ‘전공의 성추행’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는 됐지만 부실한 진상조사를 진행했던 A병원은 사건에 대해 침묵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병원이 피해자 전공의를 보호해 주는 제역할을 하지 않았고 성추행 혐의가 있는 지도교수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병원은 지난해 11월 8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도교수에 대해 △부서장으로서 직원 보호를 다하지 못한 점 △전공의 대상 성폭력 관련 구설수에 올라 의료인의 품의를 손상시킨 점 등을 이유로 과장 보직 해임 및 감봉 결정을 내려 피해자 전공의와 대전협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전공의는 A병원의 지도교수 처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지도교수의 자진퇴사를 요구했다.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압박했다.
 
전공의가 자신을 성추행한 지도교수를 곧바로 형사고발하지 않고 자진퇴사할 것을 종용한 이유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아동청소년보호법에 의해 10년간 의사자격을 박탈 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성추행으로 전공의들을 지도하는 교수 자리만 물러나면 되지 굳이 ‘밥줄’까지 끊을 필요는 없다며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난처한 상황에 닥친 A병원과 지도교수는 지난 6일 피해자 전공의가 한 언론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추가 혐의 사실을 폭로하자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전공의는 인터뷰에서 자신 말고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가 있다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을 제시했다.
 
이에 본지 ‘닥터더블유’는 당일 전공의의 추가 폭로를 확인하기 위해 A병원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A병원 관계자는 “자신도 인터뷰 기사를 보고 성추행 피해자가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난감해 했다.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가 있다는 물증이 나온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보직 해임 및 감봉 결정 처분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연히 추가 처분을 하는게 맞다”면서도, “병원은 사법기관이 아니라 수사권한이 없어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성추행 사건이 병원이 아닌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지도교수 한 사람으로 인해 병원의 이미지만 나빠졌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가 있다는 물증을 제시한 인터뷰 이틀만에 그동안 “손만 잡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던 지도교수는 피해자를 찾아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백기를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도교수의 진심어린 사과로 끝이 날 것 같았던 ‘전공의 성추행’ 사건은 대전협이 재발방지를 위해 A병원에게 공식 사과를 강력하게 요구함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전협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이번 성추행 사건을 제소해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이뤄질 경우 가해자인 지도교수가 아동청소년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19일부터 성추행 등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됨에 따라 피해자의 고발 없이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가 이뤄졌어도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
 
피해자 전공의가 지난 8일 가해자 지도교수와 이번 성추행 건으로 민·형사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돼 성추행 혐의가 인정될 경우 아청법에 저촉될 수 있다.
 
공식 사과를 하지 않으면 인권위에 이번 ‘전공의 성추행’ 사건을 제소하겠다고 나선 대전협의 요구에 A병원이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이 합의한 사건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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