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태 칼럼] 엄연한 법 위반을 도덕적 문제로 치부...

결단코 일어나서는 안 될 ‘세월호’ 비극적 참사가 또 다시 일어났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방화 등 인재에 의한 참사가 빚어질 때마다 우리사회는 “다시는” 이란 말을 외쳐 왔다.

그리고 법을 정비하고, 재난관련 대비책을 세우고 이제는 됐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 사회는 중요한 한 가지 사항을 간과하고 있다. 세월호와 같은 비극적 참사는 법이나 대비책만으로 막을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한 대비책을 세워놓았다 해도 이를 지켜야할 사람이 지키지 않고,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사람이 눈을 감는다면 한낮 종이쪽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 ‘관피아’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과 기업이 유착함으로써 지켜야할 법 규정을 사람들이 지키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가 선량한 국민들을 참사로 몰아넣었다.

법과 규정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제약업계는 자유로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글을 쓰는 필자는 제약업계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에 모 제약사가 잘못 제조한 주사제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약은 생명을 이롭게 하는 문명의 이기이지만, 동시에 한 순간에 수많은 인명을 해칠 수 있는 독이기도 하다.

지난해 동화약품의 유산균제제 ‘락테올’의 무단 원료변경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은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동화약품의 위법행위를 “동화약품 락테올 원료변경을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은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락테올과 제네릭 제품이 시장 점유율 7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화약품은 2005년 원료변경을 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정승 처장에게 동화약품의 위법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처장은 “동화약품이 락테올의 원료변경을 인지하고도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행위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정 처장의 답변에 김 의원은 “동화약품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인데 어떻게 이게 도덕적인 문제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 원료를 사용한 행위는 우리 사회가 법으로 정한 규정을 위반한 엄연한 불법행위다. 이를 단순히 도덕적 문제로만 치부한 정승 처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답변을 했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불법의약품 제조 및 유통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 수사에 의해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답변이 있어야 했다.

식약처에 허가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한 의약품 원료가 사람에게 해가없으니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아무나 사람에게 해가없는 원료를 사용해서 의약품이라고 팔아도 처벌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법은 지켜져야 하고 동시에 형평성이 맞춰질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더 가관이다. 동화약품은 다시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고, 식약처는 문제가 없다면 이를 허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제2 제3의 락테올과 같이 의약품 무단 원료사용이 발생할 수 있고, 만에 하나라도 사람에 해로운 물질이 사용된다면 세월호 사건의 300여명 사망, 실종 사건은 비할 수 없이 일시에 다수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사건도 발생할 수 있다.

사건이 터지고 난후 방성대곡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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