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윤희정 교수.
더위가 멈추고 논벼가 익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질환이 있다. 쯔쯔가무시병이다.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쯔쯔가무시증 감염자는 2009년 688명(전국 4995명), 2010년 793명(전국 5671명), 2011년 680명(전국 5151명), 2012년 738명(전국 8604명), 2013년 1010명(전국 1만365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 5년간 월별 통계를 보면, 쯔쯔가무시증 감염자 90% 이상은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이른 추석과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고 마른 장마로 털진드기의 번식이 활발해져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높은 주의가 요구된다.

진드기를 매개로 전파... 백신 없어 예방이 필수

일본어로 재난(쯔쯔가)과 벌레(무시)란 뜻을 가진 쯔쯔가무시는 가을철 풍토병 중 가장 흔한 감염성 질병으로 매년 전국적으로 수 천 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성묘를 가는 추석을 전 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이 발생한다. 발생률은 농촌 지역이 단연 높지만, 등산 낚시 등 레저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의 발병 위험도 높아졌다. 

감염경로는 원인 병원체(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가 털진드기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주로 숲이나 시골의 쥐, 들쥐 및 들판의 생쥐와 같은 설치류에게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이 우발적으로 사람의 피부에 붙어 혈액이나 체액을 흡입할 때 오리엔티아 쯔즈가무시균에 감염되어 병이 발생한다.

잠복기는 6~20일이지만 보통은 10~12일 정도 거쳐 고열, 오한, 근육통, 발진 등 초기증상이 나타나며 진드기가 물린 자리에 ‘가피’라는 검은 딱지가 나타나고, 직경 1cm 크기의 피부반점이 여러 군데 나타나는 점이 다른 감염 질환과 다르다.

대개 사람들은 진드기에 물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열이 나는 첫 주에는 기침이 많으며, 2주째는 기관지염이나 폐렴, 심근염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수막염 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2주 이상 고열이 지속되다가 여러날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지만 고령자는 드물게 쇼크, 호흡부전, 신부전, 의식저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치료를 하면 대개 48시간 내에 발열이 사라지나 일부 환자는 전신 쇠약감, 근육통 등의 증상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쯔쯔가무시병의 백신은 아직 개발된 게 없으므로 사전 예방이 필수다.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긴 소매의 옷과 바지를 입어 피부의 노출을 최대한 적게 하고 곤충방지 스프레이를 도포하며, 풀밭 위에 앉게 되면 돗자리 등을 이용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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