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꼬투리 잡아 업무지연 하거나 부당한 요구 질타 받아야

올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의약품 원료 해외 실사’ 비용을 해당 업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국내 제약사(인·허가 업체)가 식약처의 실사를 받기 위해 지출한 돈이 57억여 원에 달했으며, 이 비용을 업체에 부담케 하는 것이 식약처가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 보자.

일례로 지난해 1월, 식약처는 동화약품의 유산균제제 '락테올'의 무단원료 변경을 조사하기 위해 원료공급 국가인 프랑스를 방문했고, 해외 실사 비용은 동화약품이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핵심은 동화약품이 ‘락테올’(의약품)의 원료를 무단으로 변경하고 이를 식약처에 8년간이나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엄연하게 불법을 저질렸다는 데 있다.

기업체가 저지른 불법에 대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당국이 조사하기 전에 식약처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식약처 예산으로 집행한다면 이는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해, 기업체의 불법을 조사하는데 국민세금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을 기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이 ‘갑질’이라면, 지금  '세월호’사건과 관련 감춰진 유병언 재산을 찾기 위해 난리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에 대한 비판의 초점이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식약처가 힐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실사 비용을 동화약품에 부담시킨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질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는 동화약품의 무단 원료 변경을 알고도 특별재평가 등 원료의 안전성을 평가하겠다며, 몇 개월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 그리고 사건은 ‘락테올’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선에서 유야무야 마무리 지었다.

동화약품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수사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정작 ‘의약품 원료 해외 실사’ 등과 관련한 식약처의 ‘갑질’은 다른데 있다.

일전에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해 유럽국가로 식약처 직원과 함께 실사를 다녀온 한 업체의 사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지에 도착해 식사시간이 되자 식약처 직원은 자신은 식사할 때 반드시 과일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후 식사 때마다 먼 곳까지 가서 과일을 사다가 식약처 직원에게 대령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식약처 직원 처럼 부당하거나 과한 요구를 하는 것이 ‘갑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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