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 을지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으로 장시간 게임을 즐기거나 영화, 혹은 책을 보느라 불편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바람에 목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곳 저곳 구분 없이 여러 곳의 불편을 호소하기 때문에 목디스크병 환자들은 자주 신경성 노이로제 환자, 편두통 환자, 드물게는 심장이 약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문명의 이기라하는 스마트폰이 가져 온 폐해다. 스마트폰은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때때로 건강을 위협해 온다.”

▲ 을지대학병원 신경외과 박기석 교수
최근 현대인들의 잦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년간(2009~2013)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디스크 환자의 수는 지난 2009년 224만명에서 지난해인 2013년 270만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목디스크는 29.7%, 허리디스크는 18.4% 늘어나 목디스크의 증가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목디스크 증가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컴퓨터를 포함한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대병이라고 할 수 있는 목디스크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은 없을까?

◇목디스크 환자, 생각보다 많다

디스크하면 흔히 허리디스크를 먼저 떠올리지만, 전체 디스크의 10%정도는 목디스크가 차지한다.

디스크의 정확한 명칭은 ‘추간판’으로 바깥은 딱딱한 막으로 싸여있지만 안쪽에는 젤리가 들어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외부적인 자극이 가해져 척추에 충격이 가해지면 추간판을 싸고 있는, 막이 터지면서 젤리가 밖으로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하거나 추간판이 퇴행성 과정을 겪으면서 뒤쪽으로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스크 질환, 즉 ‘추간판 탈출증’이다.

목 디스크는 목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밀려나와 옆의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척추 질환으로 물렁물렁한 연성 디스크와 딱딱한 뼈가 자라서 신경을 압박하는 경성디스크로 나눌 수 있다.

연성디스크는 대부분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경성디스크는 50~60대 이상의 환자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디스크의 위치에 따라 신경근이 눌리기도 하고 척수가 눌리기도 하는데 신경근이 눌릴 경우 한쪽 팔이나 손가락을 따라 뻗치는 통증을 특징으로 한다. 디스크가 중앙으로 돌출해 척수, 흔히 말해 신경다발을 누르게 되면 팔다리의 힘이 없어지거나 보행의 장애가 발생되기도 한다. 심하면 대소변 장애까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럴 경우 중풍 등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다.
 
◇이상은 목에 있는데 증상은 어깨 팔다리에?

‘어깨와 손가락이 저린다’ ‘목주위의 근육이 자주 아프고 잠을 잘 수가 없다’ ‘목을 잘못 움직이면 팔이 저리고 전기가 온다’ 이런 증상들이 전형적인 목디스크의 증상들이다.

이처럼 목이 아프기보다는 어깨, 견갑골 부위, 견갑골과 견갑골 사이의 등뼈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많다. 병이 진행되면 목을 움직이지 못하고 심하면 팔을 들어올리지 못할 뿐 아니라 사지가 마비되기도 하며, 역방향으로 영향을 미쳐 뇌에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어질증, 시력감퇴, 심한 귀울림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30대 이후의 성인에서 목이 아프고 팔이 저리다고 호소할 때나 팔다리가 힘이 없어졌다고 할 경우 목디스크를 의심해보는 게 좋다.

◇목에 무리를 주는 자세가 원인

 잠자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높은 베개도 목뼈에 상당한 무리를 준다. 그런가하면 무심코 지나치곤 하는 생활 속의 작은 습관들도 자칫 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서 머리와 목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나 눈이 나빠 눈을 찡그리며 목을 빼고 앞을 보는 습관도 목 디스크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서 바른 자세를 취할 수 없는 경우나 평발이거나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을 계속 신어서 자세가 불안정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교통 사고 등 직접적인 충격으로 목뼈나 관절에 손상이 온 경우에도 목디스크가 올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직장인, 장시간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  어깨에 무거운 것을 많이 지고 나르는 건설노동자, 또는 머리를 숙이고 손을 많이 쓰는 사람들 중에는 어깨가 무겁고 뒷목이 당기면서 어깨와 팔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나쁜 자세로 인해 발생하는 근막통증후군을 먼저 의심해 봐야 하지만, 적절한 자세 교정과 휴식, 통증유발점 주사 등으로도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는 목디스크를 의심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일차적 진단은 증상과 신경학적 검진 소견을 바탕으로 X-선 촬영을 통해 목뼈의 이상형태나 이상배열이 있는지 확인하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CT나 MRI 촬영을 하게 된다.

◇인체 친화적인 수술로 치료가 한결 쉬워져

증상이 가벼운 경우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대증적 치료를 하고,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국소마취제 투입이나 스테로이드 약물을 신경근 주위에 직접 투입하는 방법을 쓰며 일정기간 치료해도 호전이 없을 시에는 수술적인 치료를 도입하게 된다.

목디스크는 허리디스크와 달리 수술이 어렵고 위험하다고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수술부위가 목 앞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뼈와 근육 등만 있는 허리디스크 부위와는 달리 경동맥, 식도, 기관지, 성대 신경 등 중요한 장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현미경을 이용한 전방 경추 미세추간공확장술로 수술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수술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전방 경추 미세추간공확장술은 기존에 목디스크를 제거하고 유합하는 수술대신 목디스크를 보존하면서 그 마디를 유지하고 신경공만을 넓혀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수술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세추간공확장술은 목의 전방 부위를 약 3~5㎝ 절개를 하고 수술 현미경을 이용, 경추 신경근을 압박하고 있는 탈출된 디스크를 직경 3㎜ 정도의 고속 미세 수술용 드릴로 제거한다. 현미경 배율을 4~6배 높이면 2~3㎜의 신경가닥이 1㎝ 정도로 커 보이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혈관까지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조직을 다치지 않고 디스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방법으로 시술하면 목 디스크 환자가 수술 후 마취에서 회복되자마자 곧 목을 움직일 수 있고 목 보조기도 할 필요가 없다. 수술이 끝난 후 3일 정도면 퇴원도 가능하다.

◇예방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가 최선

 목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목을 뒤로 젖혀 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한다.

과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베개 높이는 누워서 근육이완이나 혈액순환이 원만할수록 수평을 이루는 자세, 즉 6~8cm 정도가 적당하며, 베개 내용물도 면과 곡식류처럼 가급적 부드러우면서도 흡입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것이 좋다. 특히 수면시는 엎드린 자세를 피하고 바로 누울 시 낮은 베개를 사용해 목뼈가 등뼈와 일직선 상에 있게 하고 옆으로 누운 경우에는 베개를 좀더 높여줘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모니터를 눈높이나 혹은 눈높이보다 약간 높게 고정하고, 키보드를 사용할 때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턱을 내리고 머리를 치켜올려 되도록 목의 앞 곡선을 감소시켜 일직선상에 있도록 하는 자세이다. 특히 장시간 같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은 피하고 한 시간마다 10분씩 휴식을 취해 주는 것이 좋다.

운전을 할 때에도 좌석에는 항상 머리받침을 부착하고, 앞을 보려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잘못된 운전습관을 고쳐야 한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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