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인성교육정책연구소 한운옥 대표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개한 하루 일과가 청취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학생의 하루 일과는 오후 3시께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생활이 시작되고 오후 9시가 돼서야 집에 온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새벽 1시까지 숙제를 한다고 학생은 말하며, 항상 잠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충격적인 이유는 수험생인 고등학교 3학년의 하루 일과가 아닌 한창 활동하고 잠을 많이 자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루 일과이기 때문이다.

▲ 한국인성교육정책연구소 한운옥 대표.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최선을 다하다 못해 ‘몰빵’하는 게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다. 자녀에게 몰빵을 못하는 부모들은 죄책감마저 생길 지경이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전문직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킬까. 고비용의 사교육을 시킬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유별나지 않다고 한국인성교육정책연구소 한운옥 대표(38·사진)는 말했다. 전문직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들처럼 잘할 거란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교양과 인성교육에 더 힘쓴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교육업계에서 인성교육을 전문으로 강의한 한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소비자학 박사를 수료한 후 대기업, 정부부처에서 인성교육컨설팅을 담당했다. 한국인성교육정책연구소 대표와 한서대 겸임조교수로 재직하며 그가 만난 회사 대표, 학생들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해 변화무쌍한 교육업계에서 굵직한 변화를 몸소 겪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일식당에서 진행한 닥터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직접 체험했던 교육업계의 변화와 인성컨설팅의 중요성과 함께 교육컨설팅에 진출하는 강사들을 위한 조언 등 자신의 견해를 소신 있게 말했다.

-한국인성교육연구소를 창업한 동기와 강사진 구성은
“지난 2007년 예절과 지식을 겸비한 인재양성을 목표로 예앤지교육연구소를 열었다. 그동안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내린 결론은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기업체 직원들에게 인성교육을 시켜도 소통 문제 등 크고 작은 갈등이 그들 사이에서 수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 큰 성인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는 것보다는 가정에서 자녀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칠 수 있도록 부모들을 돕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가정에서부터 건강한 부부, 건강한 부모, 건강한 자녀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인성교육정책연구소를 새롭게 시작했다. 한국인성교육연구소는 건강한 가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성교육 전문 강사들로 구성됐다. 인성교육 전문 강사진은 고등학교 윤리교사, 청소년 상담전문가, 대학 사회교육 강사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내년에는 전문가 10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요즈음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과 달리 나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들이 많다. 인성교육전문가로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힘들게 살다보니 자녀들을 돌볼 겨를이 없던 예전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요즈음 부모들은 자식에게 목숨을 거는 세대가 됐다. 이들은 자녀들에게 모든 걸 쏟아 붓는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의 희생을 고마워하지 않는다. 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기만 아는 아이, 시쳇말로 ‘싸가지’가 없는 애들이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부모와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울 때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줘 조용하게 시키는 부모들의 행동이다. 성장기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면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데 필요한 전두엽은 발달하지 않고 후두엽만 발달돼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2년 교육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로 인성·도덕성약화를 꼽았다. 학교폭력(34.5%), 높은 교육비부담(11.6%), 교권약화(7.2%), 학생 인권약화(6.8%) 순으로 답했다.

-대한민국 인성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예를 든다면
“기업교육을 15년간 하면서 느낀 점은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품성, 즉 인성이다. 협력과 소통 없이 개인 능력과 실력만으로는 조직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 이제는 사람의 능력 평가 기준이 점수와 실적이 아닌 인성으로 인정받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실례로 한양대 2014년 수시모집에서 내신과 수능뿐만 아니라 서류와 면접 없이 고등학교 학생부만 보고 신입생을 선발했다. 한양대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조현욱군은 내신이 5등급이어서 한양대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이유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폐성향 친구와 3년 동안 단짝으로 지내면서 그 친구가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준 조군의 인성이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진정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인성교육연구소만의 특장점은
“인성교육의 정확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전문가들이 대중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한다. 수많은 방법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며, 효과적인 것은 단연 전문가들이 강의를 하는 것이다. ‘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란 말처럼, 제아무리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들을 찾지 못한다면 대중들에게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기관들에서도 한국인성교육연구소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성교육 전문가들이 중요한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전문가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나
“국내에는 인성전문가들이 없기는 하다. 인성교육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방법에 관한 정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부처, 학교들도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실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성교육연구소가 인성교육의 어려움을 겪는 곳들에게 충분한 도움과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겠다.”

-한국인성교육연구소 대표로서 향후 목표는
“예전부터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인성교육컨설팅 회사를 만들어 교육계에 큰 화제를 불어올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컨설팅 전문가들이 인성교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인성컨설팅계의 실력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겠다. 한국인성교육연구소는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성과 창의 융합형 교육시스템을 보급 운영해 우리 사회를 사람냄새가 나는 세상, 인성이 중요시되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

한 대표는 가정에서 건강한 부부가 건강한 부모가 되고, 건강한 부모가 낳은 자녀도 건강한 자녀가 된다며, 이들 가정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말했다. 세상의 중심은 가정이고 가정을 이루는 주체인 자녀의 부모이자 부부를 위한 교육이 먼저라는 그의 교육철학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그의 말처럼 건강한 부부가 부모가 되고 자녀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쳐 건강한 사회가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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