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심혈관센터 김용인 교수

최근 주변 40~50대 중년층 남자들이 평소에 멀쩡하게 지내다 갑자기 돌연사 했다는 이야기를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돌연사란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어떤 증상이나 문제가 생긴 후 1시간 이내에 특별한 이유 없이 사망한 경우다.

이 돌연사의 80% 이상이 심장이 원인이 되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이를 돌연 심장사, 심정지, 심장마비라고도 부르며 전체 심장병환자의 반 이상이 돌연사로 사망한다. 이런 심장돌연사의 약 50%에서는 아무런 전구증상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이고 나머지 50%에는 증상의 차이가 있지만 전구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돌연사의 원인으로 대개 동맥경화성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증)이다. 돌연사는 심장의 정지 즉 심장마비가 오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 돌연사는 심실세동이 발생하면서 사망하게 되는데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없어 혈액순환이 정지된다. 이 상태가 3~4분 이상 진행되면 우선 뇌의 기능이 정지되며 이 시간이 경과한 이후에는 심장을 소생시켜도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식물인간이 된다.

또 이 심실세동이 5~10분 이상 지속되면 심장이나 뇌 모두 재생불능의 상태 즉,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상태가 된다. 심실세동이 생기는 원인은 대체로 심장근육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공급이 되지 않아서 생기며 이런 환자의 약 50%에서는 관상동맥 내에 혈전이 발견되거나 심근경색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50%에서는 관상동맥경화나 협착은 발견되지만 심근경색증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관상동맥이 막힌 후 1~2시간 이내에 사망하면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의 돌연사는 관상동맥에 새로운 혈전이 발생하지 않고도 생길 수 있다.

이런 환자 대부분은 과거에 심근경색증을 앓았거나 심장근육에 심한 병이 있는 경우다. 선진국 사망원인 1위가 관상동맥질환이며 2위가 암이다. 이런 관상동맥질환도 선진국에서는 최근에는 식생활 개선과 교육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이 관상동맥질환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들로는 높은 흡연율,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동물성 지방 섭취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 당뇨병환자의 증가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무려 85% 증가했다.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므로 당뇨병의 증가는 관상동맥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동맥경화증 발생을 다음과 같이 예방해야 한다.

1. 담배를 끊는다.
30~40대에 급사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이다. 담배로 인한 해는 그 양과 정비례한다.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양을 점차 줄여야 하며, 하루에 다섯 개비 이상은 절대로 피우지 말아야 한다.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하면 니코틴 패치와 금연 껌 등을 사용하면 금연이 가능하다. 힘들면 금연 클리닉의 도움을 받아 본다.

2. 당뇨병을 예방한다.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비만을 예방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당뇨가 발생하더라도 치료를 잘 하면 심근경색증과 중풍 같은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3. 정상혈압을 유지한다.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좋은 식생활, 필요시 약물치료를 하면 정상혈압을 유지할 수 있다.

4. 스트레스를 완화하도록 노력한다.
30~40대 돌연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눈부신 경제 성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40대의 엄청난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누적된 과로와 지나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심하게 자극하여 심장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심실세동 같은 치명적 부정맥을 유발해 돌연사를 불러올 수 있다.

가족의 사망,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재정적 파탄 등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은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적당한 휴식과 운동 및  취미생활로 정신적 여유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5. 식생활을 개선한다.
1) 야채 또는 과일 그리고 견과류를 가급적 자주 섭취하도록 한다. 당 함유량이 적은 저 칼로리의 오이나 토마토 등을 많이 섭취하면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을 섭취하게 된다. 견과류(호두, 아몬드 등)는 오메가-3가  풍부해 몸속의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준다.

2) 모든 음식은 짜지 않게 먹는다. 짠 음식의 섭취는 고혈압의 주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싱겁게 먹도록 노력한다. 젓갈이나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장아찌 등의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3) 동물성 지방 (쇠고기, 돼지고기, 버터, 아이스크림, 치즈 등)은 적게 먹고, 햄버거와 피자 등 패스트 푸드와 탄산음료의 섭취는 삼가 한다.

4) 자주 등푸른 생선을 섭취한다.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오메가-3가 풍부한 꽁치, 삼치, 청어, 참치, 고등어, 멸치 등 등푸른 생선의 섭취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5) 식이섬유를 가급적 많이 섭취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밥(현미, 콩, 보리 등)을 자주 먹고, 하얀 빵 대신 검은 빵이나 잡곡빵과 현미, 옥수수, 깎지 않은 밀(whole wheat)로 만든 곡물시리얼을 먹는 것이 좋다.

6. 평소에 규칙적으로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한다.
매일 4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걷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에서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과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을 1-2개 정도 먼저 내려 걷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높은 산을 오르거나 마라톤에 참가하는 등 과격한 운동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심근경색증·협심증·심부전증 등이 있었던 사람은 과격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

운동 중에도 철봉·역기와 같은 과중한 운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운동을 하다가 혈압이 급증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죽종의 파열을 초래해 돌연사를 불러올 수 있다.

7. 하루에 1~2잔씩의 와인을 마신다.
와인에는 폴리페놀이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혈관의 이완인자의 작용을 자극하고 HDL-콜레스테롤 증가에 도움을 주어 심혈관 질환 발생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과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는 녹차와 홍차(1일 3~5잔), 토마토, 딸기, 키위 같은 야채, 과일 주스를 하루 1~2잔 마신다.

또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는 코코아 음료 또는 검은 초콜릿을 소량으로 먹으면 와인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코코아나 초콜릿에 당분 함유량이 높은 경우 비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8. 다양하고 충분한 영양섭취로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과도한 열량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물론 비만이 올 수 있다. 비만도 심장돌연사의 한 원인 제공인자가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 노인에서는 저체중이 심장병과 사망률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BMI (체중kg / 신장m의 제곱)를 22~ 24 kg/㎡ 으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돌연사의 주원인인 심근경색이나 관상동맥질환은 생활습관(흡연, 식사, 운동, 술, 심리적 스트레스)과 생활습관 관련 질환(고혈압, 당뇨병, 복부비만, 콜레스테롤)의 결과로 발생한다. 처음 발생하는 심근경색증 환자의 90%는 이 중 하나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으며, 좋은 생활습관으로 이런 위험인자를 예방한다면 심근경색에 의한 돌연사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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