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입기-세면 등 일상생활 지장 많이 느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질환이든 ‘만성’이라는 이 두 글자가 붙으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환자 가족을 ‘숨은 환자(hidden patient)’라고 부르기도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역시 마찬가지다. 봄이 되면 가장 부담을 느끼고, 긴장하게 되는 사람들이 COPD 환자와 보호자들이다.
 
활동량이 늘어나고, 대기오염, 황사 등의 미세먼지 위협이 가해지면서 증상이 쉽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부담과 긴장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숨은 환자들의 부담과 긴장도 배가되는 때가 요즘이다.  
 
◆COPD환자 가족보호부담에 관심가져야
COPD는 일반적인 감기에 동반되는 기침, 가래 등이 주 증상이다. 그러다보니 COPD의 고통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데, 이 증상이 내가 함께 사는 누군가에게 장기간 지속된다고 생각해보면 그 부담을 가늠해 볼 만하다.
 
게다가 COPD는 호흡곤란을 동반하고, 증상이 진행될수록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각종 암, 우울증 및 불안, 골격근육약화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환자 홀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가중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COPD의 중증도가 심해짐에 따라 가족돌봄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환자와 상호관계에 있는 가족구성원에게도 장기적으로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다시 환자의 재활과 치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매, 뇌졸중, 정신분열증 등 중증질환과 관련해서는 가족부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COPD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한 연구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COPD환자 가족보호부담 66.8점 ‘중상위’
정기석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자 가족의 보호부담에 관한 연구’논문을 통해 COPD 환자 가족들의 보호부담 정도와 관련 요인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이 논문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 발간하는 ‘결핵및호흡기학회지’ 2010년 12월호에 게재됐다.
 
정기석 교수는 9개월간 한림대의료원 산하 대학병원에서 입원 및 외래치료를 받고 있는 COPD환자의 가족보호자 86명을 대상으로 1:1 면담형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환자는 경증 7명(8.1%), 중등증 31명(36.0%), 중증 29명(33.7%), 고도중증 19명(22.2%)이었다.
 
조사결과 COPD환자가족의 보호부담은 평균 66.8점이었다. 이는 중간 범위에서 심한 정도인 중상위(0~36점:경한부담, 37~72:중간부담, 73~108점:심한부담, 109~144점:매우심한부담)에 속한다.
 
이 중 객관적 보호부담은 34.3점으로 주관적 보호부담(32.5점)과 공히 높게 나타났다. ‘객관적 보호부담’은 도움을 주는 다른 가족의 수, 돌봄에 소요되는 시간, 돌봄 활동 등과 같은 시간적, 신체적 제약 등이고, ‘주관적 보호부담’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 태도, 정서 등을 말한다.   
 
가족이 인식하는 일상생활 기능제한 정도는 7.3점으로 6개(▲자가 간호활동 ▲이동성 ▲경등도의 걷기 ▲중등도의 걷기 ▲격렬한 활동 ▲역할제한) 영역 11개 기능 중 7개의 일상생활기능(옷 입기, 세면, 양치질, 목욕, 식사준비, 침구정리, 기타 집안일 등)에서 제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지지요인은 가족 및 친구들의 지지가 47.4점으로, 의료진의 지지(41.0점)에 비해 높았다.
 
가족의 소득에 따라 보호부담에 차이가 있었다. 가구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 보호부담 평균이 80.1점인데 반해 100~300만원인 경우 61.6점, 300만원보다 많은 경우 55.7점으로 소득이 적은 가족집단의 보호부담이 컸다.
 
이와 함께 환자 돌봄 시간이 길수록 보호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6시간 이하 돌보는 경우 52.5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7~12시간이 68.7점, 13~18시간은 72.8시간으로 돌봄 시간과 보호부담은 정비례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하루 종일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경우 81.5점으로 부담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가족 보호자의 75%는 여성으로 남성보다 월등히 부담을 많이 지고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남편이 COPD인 부인들이었다.
 
정기석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가족보호자의 보호부담은 뇌졸중환자 가족의 보호부담(73.38)과 비교해도 크게 낮지 않은 정도로 실제 상당한 부담을 COPD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지고 있는 셈이다”며 “이런 부담은 환자를 제외한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의 사회적 참여기회를 박탈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측면에서 심도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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