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전염병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방역체계 시스템 곳곳에서 누수현상이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백일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방역 당국은 메르스 실체 파악에 실패한데다 환자 발생이 있었던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미적대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 종합병원마저 응급실 감염 관리가 후진국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고, 급기야 삼성그룹 총수가 나서서 대국민사과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은 한국 정부·의료기관의 실책을 거론하면서 '방역 전문가 양성과 음압(陰壓) 병실 확대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방역 당국의 허술한 대처와 전문성 부족은 물론, 전염병 환자를 격리·치료할 보건의료 체계가 전반적으로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전염병 대처에 절대 필요한 의료 시설이 음압 병실이며, 이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가 병실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특수 장비를 갖춘 곳이다. 음압실은 외부 복도로 병실 공기가 흐르지 않게 하는 전실이란 완충 공간이 있어야 하고, 전용 화장실·탈의실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사스(SARS)·신종플루 사태를 겪으면서 일부 국·공립 대학병원과 지방 의료원 등 17곳을 국가 지정 격리병원으로 지정해 104개 음압 병실을 설치했다. 민간 종합병원에도 음압 병실이 일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판명됐다. 25일 현재에도 메르스 환자와 의료시설 격리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상당수 환자는 급하게 음압 장비만 갖춘 임시 시설에서 치료받고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하면 전염병 유입 초기 단계부터 환자는 물론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신속하게 격리해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의료시설이 필수적임을 깊이 헤아리고 전염병 위협에 집중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격리 병동도 만들고 전문 의료기관도 세워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적극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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