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고 의미있는 죽음에 대해 성찰할 때다

삶이 있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빛과 어둠과 같은 이치다. 삶은 죽음을 향한 치열한 여정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죽음이 좋으면 즉, 웰다잉(well-dying)하면 잘 산 삶(well-being)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국가별 죽음의 질 지수’ 조사에선 10점 만점에 3.7점으로 40개국 중 32위였다. 거의 꼴찌 수준인 셈이다.

어느 누군가의 죽음이 호상(好喪)이지 못하고 참혹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임종은 어떤가.

연명치료 기계에 의존한 채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고통스런 항암제 등 약제를 투여 받거나 심폐소생술을 거듭하면서 실낱같은 생존을 이어간다. 인간으로서 가장 존엄하고 엄숙해야 할 생의 종막이 너무나도 비참한 정경으로 연출된다.

이젠 우리의 죽음에 대한 의식(儀式)과 의식(意識)도 고쳐져야 할 때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이런 때 보건복지부는 7월15일부터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말기 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보다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하여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올바르게 정착하는데 큰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말기 암 선고를 받고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12.7%에 그치고 있다. 이를 이용 해도 임종에 임박하여 호스피스를 선택하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충분한 호스피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63년,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치료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제공하는 ‘호스피스’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다.

호스피스 제도는 환자와 가족의 감당하기 버거운 부담을 완화하고, 무엇보다 환자가 존엄한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0여 년간 국민건강보험제도 속에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말기암환자 호스피스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가정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호스피스 제도가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호스피스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상, 앞으로는 호스피스 제도의 서비스 양적·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그 적용범위를 확대해나야 한다. 나아가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복지부도 이런 취지로 이번 말기 암 호스피스 건강보험 적용 후,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제도를 더욱 보완.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복지 정책 전개에 부응하여 이젠 온 국민이 인간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질곡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함께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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