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혼쭐이 난 정부가 ‘사후약방문’ 격으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돼 현재도 비록 미미하지만 진행 중인 메르스 사태에 대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정부와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의 부재, 전문성 부족 등 고질적 문제 등은 일단 제켜둔 채 정부가 우선 손보기 용이한 정부조직 개편부터 시작하고 나선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메르스 사태 발생과 수습 과정 등에서 드러난 부실한 방역체계를 바로잡을 방안으로 사실상의 복수차관제를 제시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를 복지부에서 분리해 질병관리청(차관급)으로 승격하면 외청의 차관급이란 지위의 한계 때문에 위기 발생 시 다른 부처와 협력하기 어렵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제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조직개편안으로는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안` `질병관리청으로 승격 독립안` `복수차관 도입안` 등이 검토됐는데 정부는 이를 절충해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승격시키되 청(廳)으로 독립시키지 않고 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존속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메르스 초동 대응 실패 원인으로 전문성 부족이 꼽히면서 질본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복지부는 질본을 독립시키기는커녕 계속 끌어안고 있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복지부에서 적체된 고위급 인사들이 또 다시 질본으로 자리를 바꿔서 둥지를 틀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보자는 심사인 것처럼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면 이전보다 발언권이 커질 수는 있지만 복지부 산하에 남아서는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상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복지부는 질본이 외청으로 독립할 경우 위기 발생 시 타 부처와 지자체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 또한 견강부회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질본 독립을 반대하는 것은 조직 규모가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부처 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목표는 조직 확대나 축소가 아니라 메르스 사태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철저히 되돌아보고 분석해 메르스로 불거져 나온 구멍 난 나라 전체의 방역 체계를 올바로 세우는 것인가이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사불란한 긴급대응 체제를 갖춘 완벽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다.

질본을 복지부 산하에 두고 복지부 출신으로 수장만 차관급으로 바꾸는 것으로 국가 재난에 해당하는 감염병 창궐사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아무리 조직을 개편해도 2년에 한 번씩 행정부서를 옮기는 현 제도에서는 절대로 전문가를 키울 수 없으며, 따라서 조직개편보다는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인사제도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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