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형종합병원 응급실은 흔히 ‘도떼기시장’으로 비유되곤 한다. 야단법석에다, 불난 호떡집은 저리가라 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분초를 다투는 경각의 위기 속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숨 가쁘게 혼신을 쏟는다.

환자들은 단말마의 비명 속에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온힘으로 버텨낸다. 그 곁의 가족들은 때론 오열하며, 때론 기도하며 환자와 같이 생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병실이 넘쳐나 복도까지 들어찬 환자들로 아수라장이다. 여기저기서 악다구니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응급실은 숙연한 가운데 정숙해야 하며, 급한 가운데서도 침착해야 한다. 특히 의료진들은 촌각의 기민한 손놀림 속에서도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가족들도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면서 의료진의 지시에 묵묵히 따라줘야 한다. 말보다는 눈으로, 눈보다는 이심전심으로 광속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형병원 응급실은 시장 바닥이다. 병이 생기면 일단 큰 병원부터 찾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상급병원 응급실 과밀화가 심각하다. 이 결과 상급대형종합병원들의 응급실 평가수준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공개된 ‘2014년 응급의료센터 평가결과’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무순) 등 이른바 서울지역 ‘빅5’ 상급 종합병원의 응급실이 모두 최하위권에 그쳤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20개 지역센터 중에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111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08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05위, 삼성서울병원 104위 등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들 병원은 평가의 주요지표 중 하나인 응급실 병상포화 정도가 심각했는데, 이는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보다 응급환자가 더 많이 몰린다는 말이다.

‘빅5’ 종합병원 중에서도 특히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심각했다. 병상포화지수(%)를 조사한 결과 서울대병원은 무려 175.2%에 달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133.2%),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110.8%), 연세대세브란스병원(105.5%), 서울아산병원(103.8%) 등 순이었다.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 현상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지적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로 구성된 당시 합동평가단은 “대형 병원들의 응급실과 병실이 너무 붐볐던 것이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근인(根因)은 역시 의료수준이 높은 대형 종합병원들로 응급환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쏠림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권역별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지역의 유수 종합병원들이 우수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대형 종합병원에 입원하려고 응급실부터 찾고 보는 일반적 통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빅5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현상이 수치로 드러났다”며 “응급실 과밀화에 대한 수가 차등제 적용 등을 통해 응급의료서비스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겨들어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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