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고려병원 내분비내과 김조은 과장
내분비-대사 질환이라는 말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당뇨병, 갑상선 질환, 골다공증, 고지혈증, 뇌하수체질환, 비만 등이 내분비-대사 질환에 속하며, 이는 호르본의 분비와 기능의 이상으로 초래된 질병으로, 대부분 장기간의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내분비’라는 말의 뜻부터 살펴보면, 내분비 (endocrine, 內分泌) 라는 것은 호르몬이 도관(導管)을 거치지 않고 직접 혈액으로 분비되는 현상을 말하며, 분비물이 도관에 의하여 배출되는 외분비(external secretion)와 구별되는 용어이다.

대표적인 내분비기관은 뇌하수체, 갑상선, 부갑상선, 췌장, 부신, 난소 및 고환 등이다. 이러한 기관들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면, 호르몬이 혈액을 타고 여러 장기로 이동하여 인체의 성장과 발달, 대사 및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내분비질환이라는 것은 각종 호르몬의 분비나 기능의 이상, 또는 호르몬 분비기관의 종양이나 염증과 관련된 질환을 말하고 이러한 질병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곳이 내분비내과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각 내분비기관에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면 어떠한 질병들이 생기는 것일까?

뇌하수체는 뇌에 존재하며 우리 몸에 중요한 여러 가지 호르몬들을 분비한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거나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면 말단비대증 또는 거인증, 고프로락틴혈증, 쿠싱병, 중추성 요붕증, 뇌하수체기능저하증 등이 발생한다.

갑상선은 목의 앞쪽 중앙에 위치하며 체온유지와 신체 대사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갑상선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갑상선 항진증 또는 갑상선 저하증이 생기고 갑상선에 결절이 있다면 암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갑상선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체중감소, 부종, 심한 피로감 등인데 갑상선 질환인줄 모르고 다른 과에 들렸다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질병이기도 하다.

부갑상선은 갑상선 뒤쪽에 4개가 붙어있다. 부갑상선 호르몬은 뼈에 작용하여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고 비타민 D의 합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호르몬의 이상이 생기면 고칼슘혈증, 골다공증, 비타민 D 결핍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췌장에서는 글루카곤과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만들고 분비하는데 이 두 호르몬이 혈당을 조절한다. 주로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고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거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당뇨병이 생긴다.

부신은 양쪽 신장(콩팥) 위에 얹혀있는 작은 기관인데 크기는 작지만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스트레스나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을 조절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혈압, 혈액량, 전해질 조절에 관여하는 알도스테론, 그리고 혈압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피네프린 등을 분비하고, 남성의 이차 성징 발현에 관여하는 남성 호르몬을 만들고 분비한다. 이러한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면 쿠싱증후군, 알도스테론증, 갈색세포종, 부신기능저하증 등이 발생한다.

고환과 난소는 생식선(성선)에 해당하며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이 분비되고, 난소에서는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어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 발달과 이차 성징 발현에 관여한다. 성선호르몬에 이상이 생기면 성선기능저하증, 무월경, 불임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호르몬은 신체의 성장과 발달, 대사 및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호르몬이 몸의 균형을 맞추고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하는 자기조절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되먹임(feedback) 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되먹임 기능을 통해 과다한 신호를 억제하고 부족한 신호를 보충하여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마치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중용(中庸)을 우리 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실천하고자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서구화된 식생활, 각종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내분비-대사 질환 환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단순히 약을 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습관에 개입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당뇨병은 단순히 투약을 통해 혈당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당뇨가 치료되는 것이 아니고 환자 별로 당뇨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여야 한다. 또한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어야 하고 병의 진행 경과에 따라 합병증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분비-대사 질환은 특성상 단기간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거의 평생에 걸쳐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환자들에게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그들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따져 묻고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들마다 다른 최적의 치료법을 위해 고민한다. 여러분도 자신의 몸에 호르몬의 불균형이 의심된다면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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