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지하철에서 50대 공무원 한 사람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천행으로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익힌 한 사람이 이를 보고 긴급 처방에 나선 결과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고, 결국 그는 무탈하게 생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야말로 천우신조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급성 심장정지(심정지)로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에 이송된 환자 중 불과 5.1%만 생존해 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8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팀이 2006~2014년 기간 동안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심폐정지 구급자료와 이를 토대로 질병관리본부가 구축한 국가심장정지 등록조사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드러난 내용이다.

급성 심정지는 2006년 이후 9년 새 1.5배 증가했으며, 지역별로는 제주, 강원, 충북지역에서 심정지 환자 발생률이 높았다. 생존 퇴원율은 서울이 8.6%로 높아졌지만, 전남과 경북, 충남 등은 1%대에 머물며 큰 차이를 나타냈다.

환자가 늘어난 만큼 생존 퇴원율도 2006년 2.3%에서 2010년 3.3%, 2014년 5.1%로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또 연구 결과 미국은 생존 퇴원율이 10.8%로 한국보다 많이 높았으며, 호주와 일본, 덴마크도 각각 8.8%, 9.7%, 10.8%로 한국과 최대 2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번 연구주도자는 "국내 급성 심장정지는 전체 사망률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고 있는데다 생존하더라도 뇌기능이 살아나지 않고, 이마저도 지역간 편차가 큰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일반인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늘리고, 구급대 소생술을 더욱 조기에 제공하기 위한 국가적인 마스터플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급성심정지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른다. 문제는 극히 치명적이라는데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이 더욱 보편화돼야 한다는 점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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