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불평등 기원은 소득에서 유래한다’는 명제가 이번에 여지없이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증명됐다. 출신과 상관없이 천부적 인권은 평등하다는 고전주의자들의 정치적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실현이 인간 역사의 진운(進運)이었다면 이제 건강 평등권 획득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입각점(立脚點)에 우리는 서 있는 듯하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고소득층은 강원 화천군에 사는 저소득층보다 15.2년이나 더 오래 산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은 서울대 의대 강영호 교수 연구팀과 함께 2009~2014년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자료 2억9400만건, 사망자 자료 146만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252개 시·군·구의 기대여명 차이를 소득수준에 따라 분석한 것이라고 건보 측은 소개했다.

기대여명(life expectancy)은 태어난 뒤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기간을 뜻한다.

이번 연구결과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 시·군·구 지역에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많이 있으면, 오래 살고 돈 없으면 상대적으로 일찍 가는 그야말로 ‘유전장수(有錢長壽) 무전단명(無錢短命)’의 세태인 것이다.

원래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고 사주에 재물이 많이 달라붙으면 몸이 약해진다는 법인데 이는 과거시대의 형해(形骸)로 현 시대에는 안 맞는 팔자풀이가 되어 버렸다.

전국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서초구에 사는 소득 상위 20% 계층으로 기대수명이 86.2세였다.

반면 강원 화천군의 소득 하위 20% 계층의 기대수명은 71.0세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소득 상위 20%는 소득 하위 20%보다 6.1년을 더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건강불평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수를 노출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건강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헌법상의 보편적 권리가 얼마나 현실과 괴리되고 있는가를 명증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그래서 건강형평성과 평등권 추구에 대한 보건당국의 숙제가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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