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1,000만 명 시대
국내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당뇨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수는 지난해 3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전 단계로 불리는 공복 혈당 장애(650만 명)까지 합치면 무려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의료계에선 ‘당뇨대란’의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가운데 자신이 당뇨인지 모르는 사람이 절반이나 될 정도로 관리는 부실하다.

당뇨병의 심각성은 한계 수위에 다다랐다. 당뇨병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4위다. 10여 년 전 10위권에서 수직상승한 것인데, 지난해 사망자만 1만 1,242명이다. 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각각 4.9배, 4.1배, 2.2배나 높다. 심각한 것은 국내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다섯 명(46%)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임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낮은 치료율로 이어진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38%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박정범 원장은 “당뇨 초반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방문하면 이미 늦다. 과체중, 가족력,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경우 등의 당뇨병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건강검진 및 전문의와의 상담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병증 나타났을 땐 늦어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소화과정을 거쳐 핏속의 혈당으로 전환돼 세포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혈액 속에 과잉으로 남아 있는 고(高)혈당은 일종의 가시돌기 역할을 한다. 혈액을 통해 전신을 돌며 혈관을 갉아먹는다. 말초신경 손상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당뇨병을 방치하면 먼저 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망가진다. 이런 만성신부전 상태가 되면 1주일에 세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발의 말초신경이 손상돼 오는 ‘당뇨 발’ 또는 ‘당뇨병성 피부궤양’도 흔한 합병증이다.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한다. 몸에서 가장 예민한 혈관이 있는 망막에 당뇨병이 침투하면 실명(失明)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 치매의 40%는 동맥경화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인데, 당뇨가 있으면 뇌혈관 동맥경화가 생겨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 당뇨병학회는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 상태면 정기적으로 합병증 검사를 받도록 환자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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