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녹십자의 대표 혈액분획제제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시장과 중남미 및 중동 시장에서 5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제약기업이 미국에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신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제약 시장을 살펴봐도 극히 드문 사례다.

녹십자의 이번 허가신청은 세계 최대 북미 혈액분획제제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원정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혈액분획제제 시장 규모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11% 성장하며 약 220억달러(한화 25조5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크다. 녹십자가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의 경우 현재 약 38억달러(4조5천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녹십자가 북미 현지법인을 통해 혈액원을 설립하고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이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이유는 단지 큰 시장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혈액분획제제 분야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의 운영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급자가 매우 제한적이다. Baxalta, CSL, Grifols 등 몇몇 다국적제약사들만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진입장벽은 높지만 그 만큼 부가가치가 크다. 실제로 면역글로불린 미국 시장 가격은 국내 보다 4배 정도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 측은 “세계적인 제품력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외에서 오랜 기간 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축적한 녹십자만의 노하우도 활용이 가능해 충분히 북미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며, “녹십자가 북미 생산거점으로 캐나다에 혈액분획제제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재 캐나다 내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독점적 설비 구축에 따른 차별적 경쟁우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의 캐나다 현지법인 GCBT는 이미 공장이 위치한 퀘백 주의 혈액사업 기관과 면역글로불린, 알부민 등을 최소 8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 고객 기반도 사전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녹십자가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반드시 녹십자 혈액분획제제 글로벌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는 통상 1년가량 걸리는 FDA 허가절차를 통과하면 늦어도 2017년에는 미국에 제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