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헐고 피가 나 요리를 할 때조차 장갑을 낀다. 현재 피부가 약한 부분은 계속 헐어서 긁게 되고 얼굴의 모든 구멍이 빨개지고 목이 아파 물도 넘기지 못한다. 몸과 눈 색깔도 변하고 몸이 너무 안 좋아 살 의욕조차 없는 상황이다."

C형 간염이 집단발병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한 피해자가 토로하는 내용이다. 이 피해자는 2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올 7월에 몸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C형 간염 판정을 받았다"며 "다나의원을 함께 다녔던 엄마와 친구도 역시 C형 간염에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곳에 가면 일단 수액을 맞고 수액에다 다른 주사제를 2,3개 놔준다. 언제부터인지 원장이 다른 사람에게 놔준 주사기를 나한테도 놔주기 시작했다. 특히 배에다 놓는 주사를 돌려썼다"고 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감염된 C형 간염이 아주 악성인 것으로 드러나 사태가 더욱 설상가상으로 꼬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에 감염된 감염자 77명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결과 37명에게서 C형간염 1a형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나머지 40명은 바이러스의 RNA가 훼손돼 정확한 유전자가 판독되지 않았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따라 1a, 1b, 2a 등으로 나뉜다. 국내에는 1b, 2a형의 환자가 대부분으로 완치율이 높으나 이번에 발생한 1a형은 일반적인 치료법이 잘 듣지 않고 완치치료제가 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백 원하는 주사기를 규정대로 일회만 쓰고 폐기했으면 될 일을 돌려쓰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다. 도저히 상식으론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피해자들은 소송도 불사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누가 이들을 온전하게 구제해 줄 것인가.

정부는 으레 그렇듯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뒷북치면서 의사 면허 갱신제도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느니, 일년에 8시간인 보수교육을 몰아서 못 받도록 한다느니, 대리출석을 막는다느니 후속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귓등으로 들릴 뿐이다.

이번 사태에서는 억울한 피해자들에 대한 납득할만한 보건당국의 대처가 나와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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