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지난 10월19일부터 느닷없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 55명이 발생했다. 워낙 갑작스럽고 사안이 중대한지라 곧바로 질병관리본부와 민간역학조사자문단은 학생들의 집단 감염 원인 규명에 나섰고, 그동안 갖가지 가능성을 좇아 분투해 왔다.

종국에는 집단 폐렴성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실험실에서 쓰인 사료에 들어있던 세균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환자들과 해당 건물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방선균이 집단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실험실에서 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방선균 증식이 이뤄졌고, 건물 환기 시스템을 통해 다른 층에 있는 실험실로 세균이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선균의 인체 감염은 그간 국내에서는 보고가 없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도 원인을 찾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서 애를 먹었다. 기존에 알려진 방선균에 의한 호흡기 질환은 알레르기 면역반응이지만 이번 사례는 감염에 의한 염증이어서 그동안 학계에 알려진 일반적인 감염 양상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방역당국은 의심 병원체인 방선균에 대해 아직 '추정'일 뿐 '확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방선균은 토양과 식물체 등에서 발견되는 균으로, 세포가 실모양으로 연결돼 있고 그 끝에 포자가 있어 형태학적으로는 곰팡이(진균)와 유사하나 세균류에 속한다고 한다.

집단 발병에 대한 추정 수준의 원인이 나오자 방역당국은 문제의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 재사용과 관련해 "안전성을 먼저 확보한 뒤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아울러 방역당국은 내년 3월 새학기 시작 전까지 건물 내 오염원을 제거하고 내부 전체를 소독하는 등의 작업을 완료한 뒤 건물을 재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실험실 안전관리 담당 부처와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내년 2월까지 대학 실험실의 안전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사후약방문’ 격으로 부산을 떨고 있다.

이번 집단 감염이 대학 실험실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서 생긴 것은 분명한 듯하다. 실험실 세균 배양용 배지를 일정한 장소에 보관치 않고 개인 서랍 등에 방치하거나 환기를 장기간 하지 않는 등의 부실관리 행태는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져야 할 것이다.

특히 당국과 대학 측은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칫 무분별, 무원칙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실험실 안전 환경 문제에 대해 심기일전하여 쇄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겐 안전한 환경에서 면학할 건강학습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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