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이 속출하면서 이게 우리 사회의 한 치부를 드러내는 병리적인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이런 일련의 시태에 대해 전문가집단으로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 것은 직업윤리 상 참으로 적절하다 아니할 수 없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아동학대나 존비속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사태를 막으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특히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가정 내 아동학대나 친족 살인은 분노 조절 문제, 스트레스로 인한 실직, 알코올, 학교 부적응, 경제적인 어려움을 적절한 시기에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 "가족 내 범죄 사건은 구성원을 소유물로 여기는 심리와도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부모와 자녀의 경계를 구분하면서 거리를 두되,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를 때리거나 과잉보호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회의 이런 입장 표명과 함께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최지욱 교수는 "최신 뇌 영상 도구를 이용해 살펴본 결과 만성적인 부모의 언어적 학대나 가정 폭력 목격 등의 정서적 학대 경험은 뇌신경 회로 발달에 이상 소견을 보인다"고 28일 말했다.

아동기에 다른 학대 없이 부모의 언어적 학대만을 경험한 젊은 성인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한 최 교수의 2009년 연구 논문을 보면 언어 학대군은 신경회로 발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언어 표현을 담당하는 영역과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 회로가 특히 큰 차이를 보이며, 우울 증상이나 불안 증세와 관련 있는 신경회로도 언어 학대에 취약하다는 게 뇌 영상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폭력이든 정서, 언어적 폭력이든 아동에 대한 학대는 해당 당사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 문제는 이런 후유증이 자신의 자식에게도 대물림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런 심각성에 비춰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이 아동학대 사태에 대한 병리학적인 접근과 보다 깊이 있는 해법 제시는 모두들 새겨들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아동학대에 대한 법규범 차원에서의 형벌에 의한 대처방식과는 다른 안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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