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번역하면 ‘한 푼의 지혜와 열 냥의 어리석음’이다. 한 푼 아끼려고 하다가 열냥을 잃는다는 뜻으로 보통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번역이 되며 영국 속담에서 나온 표현이다.

불과 백원 안팎인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일파만파의 사회적 물의와 집단감염 사태를 몰고 온 일부 의원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잔돈푼을 챙기려는 작은 것에 대한 탐욕이 얼마나 큰 손실과 낭패를 가져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겠다.

지난해 11월 하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D의원에서 발생한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C형간염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양천구 보건소는 곧바로 역학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감염자들은 해당 의료기관에서 수액주사(정맥주사)를 투여받은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또한, 양천구는 현장 보존과 추가적인 감염 방지를 위하여 즉시 해당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명령을 통한 잠정 폐쇄조치를 하였고, 해당 의료기관 이용자의 C형간염 감염여부 일제 확인을 위하여 이 의료기관이 개설된 2008년 5월 이후 내원자 전원에 대하여 개별 안내를 제공하고 C형간염 감염여부 검사를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요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강원도 원주시 소재 H의원과 충북 제천시 소재 Y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의심 신고가 접수되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역학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95명이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되는 D의원 사태 발생 3개월도 채 안돼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집단감염 사태가 또 발생했다고 규탄했다.

이러한 성토에 떠밀려 보건당국은 내달부터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되는 전국 병원들을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주사기 공급수량 자체가 파악이 되지 않는 데다, 잇따른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로 사회적 이슈가 된 마당에 버젓이 일회용 주사시 재사용을 계속하는 배짱 좋은 의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별도 조사반을 구성, 3월부터 5월까지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되는 전국 의료기관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보건당국의 뒷북치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반인이 기실 납득이 되지 않는 게 일회용 주사기의 재사용 행태다. 100원짜리 주사기를 1000번 재사용하면 10만원이 떨어진다. 이 돈 벌려고 그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있다니, 실로 장탄식이 나오는 소탐대실의 극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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