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developmental disorder)란 발달이 평균으로부터 유의미하게 일탈하여 신체적, 정신적 또는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심각하고(severe) 만성적인(chronic) 장애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장애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40대 경찰관 아버지가 발달장애가 있는 스무살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젠 지쳤다”라는 이 아버지의 유서 내용에서 발달장애 부모의 속내 일단을 어렴풋이나마 가늠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신산한 일인지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사건이 지난 18일에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시청사에 푸른 스카프를 둘러쓴 발달장애인단체 회원와 가족들이 휠체어를 앞세우고 청사로 들어가려 하자 밀리고 막고 하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청원경찰을 동원해 정문과 후문 모두를 모두 봉쇄해 버렸고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그 자리에 앉아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농성사태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가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을 앞두고 서울시 측에 발달장애인 정책 수립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이들 두 단체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노원과 은평구에 설치돼 있는데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히면서 "센터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시가 지속적으로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는 이어서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거주권과 소득권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지원, 발달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등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서 이들 단체들은 시위에 앞서 10여일 전에 △발달장애인 위한 지역사회 중심 주거 모델 개발 및 시범 사업 운영 △발달장애인 소득 보장을 위한 자산 형성 지원 사업 △발달장애인 가족 지원체계 구축 등 '서울시 발달장애인 정책'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미리서 보냈다.

그러나 서울시가 요구제안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자 장애인의 날을 목전에 두고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함께서울 누리축제' 기념사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사회인식과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오는 7월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해 장애인가족의 부담을 줄이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한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에 장애인 법률 지원 센터를 신설해 장애인의 민형사상 공익소송을 지원하고 쪽방촌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비롯해 법률에 접근하기 힘든 대상자에게 찾아가는 법률서비스도 실시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둔 시점에서 이들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권과 장기적인 소득 보장이 이뤄지는 대책이 강구돼야 하겠으며, 특히 가족들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지원체계 또한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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