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도를 크게 바꿔 놓은 20대 국회의원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 제약업계에는 다소 무거운 긴장감이 엄습하고 있다. 올 초부터 터져 나온 리베이트 문제가 총선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져 오다가 총선이 마감되면서 사정당국이 이에 대한 칼을 빼들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총선이라는 국가지대사(國家之大事) 때문에 그간 검찰 및 경찰이 진행해 온 리베이트 조사가 주춤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 제약업계를 잔뜩 짓누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총선 직전에는 일부 제약사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에 대한 자체 교육 실시와 함께 투명경영에 대한 정부 포상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곳도 더러 있었다.

일부 제약사들은 CP 자율준수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면서 모든 임직원들이 비장한 선서를 통해 준법경영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준법경영, 클린경영, 윤리경영, 투명경영에 대한 혼연일치의 서약을 목소리 높여 제창함으로써 구태(舊態)를 일신해 보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제 리베이트는 제약사 영업에 있어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성장 발전하는데 큰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나누면서 회사가 준법, 윤리경영을 통해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덕목임을 부각시켰다.

제약업계는 협회 차원에서도 리베이트 문제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나서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협회는 리베이트 의혹 기업에 대한 설문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종전과 같은 방법으로는 고질적인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발본색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비공개에서 공개로 선회하겠다는 취지로 파악되고 있다. 내부공개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오히려 경쟁사에 대한 제보 분위기가 장기적으로는 업체 간 상호감시라는 순기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리베이트를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아무리 주는 측인 제약업계에서 자정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받는 쪽인 의료기관 측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의국비’라는 것이 있다. 한 진료과에서 소요되는 학술비, 각종 비품 구입비, 제잡비 등의 비용 마련이 원만치 않다. 과거에는 이러한 비용이 필요한 만큼 리베이트에 대한 유혹이 뒤따르게 됐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무조건 리베이트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이 의약 유통흐름의 현장을 이해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왔으면 한다.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여기에서 모여진 중론을 토대로 제약, 의료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책이 모색되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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