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

이제는 나이가 들면 요양원, 요양병원, 양로원, 합동생활가정 등으로 많이들 가게 된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저승길로 가는 준비를 한다. 힘들게 뼈 빠지게 키워놓은 피붙이들에게 말년에는 보호받고, 봉양받고 싶은 심정은 하늘같지만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홀연히 노인요양시설 행을 택한다.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곳이 참으로 저승길 문턱 같은 참담한 곳도 있다.

보건당국이 최근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요양시설 내 학대는 지난 2005년 46건에서 지난해 251건으로 급증했다. 요양비용의 80%를 지원하는 장기요양보험이 지난 2008년 도입된 뒤 노인요양시설은 2008년 1717곳에서 지난해 5083곳, 입소자는 5만6370명에서 13만1997명으로 숨 가쁘게 팽창되고 있다. 그러나 수준 이하의 시설도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노인 인권의 사각지대가 돼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보고서에 나온 사례를 몇 가지 짚어보면 우선 충북의 요양시설에서는 다른 환자와 다퉜다고 노인을 1주일이나 쇠사슬에 묶어 감금했다. 서울의 한 노인요양원에서는 폐암 말기의 75세 할머니가 밤에 자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남성 요양보호사에게 맞아 등뼈가 부러졌다. 축축한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고 오래 방치해 놓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폐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처럼 부당한 처우와 학대 받는 노인이 늘고 있는데 사회적 관심은 아직은 낮은 편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특히 전남 강원 일부 지역 같은 경우에는 사망자가 신생아 숫자를 크게 앞지르면서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유치원, 학교는 줄고 있는 반면, 노인요양시설은 급증추세를 타고 있다.

생로병사의 고해 속에서 노인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따라서 노인 인권 침해와 학대 방치는 결국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다. 이를 쾌도난마의 현책으로 타개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의 길이 활짝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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