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기전 연구로 학회서 대웅 학술상 수상

“내성 없는 약제 개발에 토대될 수 있었으면…”
 
 
상이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이고, 또 새로운 동기부여의 자극제로 작용한다. 이미경 교수의 경우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는 대한의진균학회 학술대회에서 "rRNA Spacer 부위를 이용한 Candida 균종동정”으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 분리된 Candida albicans에서 Candida dubliniensis의 동정"에 관한 연구계획서로 대웅 학술상까지 받았다.

의과대학 교수의 3대 임무가 교육과 임상과 연구에 있더라도 누구나 다 상을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환자들 앞에서 당당한 임상의는 또 그 나름의 보람을 거기서 누릴 수 있고, 가르치는 일에 유난히 흥미를 느끼는 교수들도 많다. 이미경 교수는 다른 일에서도 다 열심이지만, 다행히 실험하고 연구해서 결과치를 뽑아내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그는 학회에 제출한 연구계획서에서 ‘진균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칸디다 가운데 하나인 Candida dubliniensis는 주로 구강에서, 칸디다혈증 환자의 약 2%에서 분리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나 국내에선 아직 이 균의 분리나 빈도에 관한 보고가 없는 실정’이라고 전제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C. albicans로 동정된 균주를 대상으로 몇 가지 표현형적 검사와 다중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이용하여 C. dubliniensis의 국내 분리와 빈도를 확인하려한다’고 연구목적을 밝혔다.

이 교수는 아울러 이 연구를 통해 병원 일반검사실에서 Candida albicans와 Candida dubliniensis를 감별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간편한 검사를 시도함으로써 일상적 검사 수준에서 정확한 균종동정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교수의 연구 분야는 이처럼 좀 특이해 보인다. 하고 많은 분야 중에서 그는 임상미생물→ 진균→ 칸디다→ 내성기전을 줄기차게 파고든다. 해외학회에도 부지런히 참가하고 저널도 빼놓지 않고 찾아보면서 이런 연구를 통해 그가 희망하는 결과는 어떤 것일까?

“글쎄요.. 그런 생각은 해봐요. 내가 행한 연구를 기초로 내성이 생기지 않는 약제가 개발된다면 국가 경제에 큰 동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이 너무 원대한가요?”
 
◆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이 취미
 
이미경 교수는 중앙대 출신에 이곳에서 전공과정을 마친 토박이다. 97년부터 필동병원에서 진료조교수를 했고, 중간에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 초청연구원으로 1년을 다녀온 뒤 2003년부터 다시 중대의대에 적을 두었다. 그러므로 용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인 그의 현재의 직함은 사실 97년부터 꼽아서 올라온 연차의 결과라고 보면 된다.

조직은 병원 규모에 비해선 큰 편이 아니지만, 어쨌든 30여명의 인력이 움직이는 큰 유기체다. 여기에서 과장의 역할이란 임상보다는 매니지먼트의 비중이 훨씬 커진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일이 만만할리도 없다.

“우리 과가 하는 일이 임상의들을 지원하는 일이거든요. 저야 검사결과가 차질 없이 임상과에 제시간에 전달되도록 인력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역할이지요 뭐. 교수 1명, 전공의 1명, 그리고 기사장들과 수시로 점검하고 체크하므로 큰 문제는 없어요.”

“늘 실험실 같은 공간에 갖혀 지내는 셈인데, 싫증이 날 땐 없나요?”

“그렇지 않아요. 병원은 이제 워낙 익숙해져서 집보다 편해요. 가끔씩 환자들을 직접 보는 의사였다면 나에겐 이런 장점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난 뭘 검사하고 실험하는 걸 원래 좋아하는 성미라서 적성에 잘 맞는 편이에요. 전공도 그런 이유 때문에 진단검사의학을 택했거든요.”

그렇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새 장비가 나오고 검사법이 개발되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도 없다. 해외동향에도 늘 신경을 써야 하고, 새 검사법이나 장비가 소개되면 그걸 공부해서 병원에 적용할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내년 1월엔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8주간 교육을 받는다. 생명윤리법이 강화되는 추세이고, 이 교수의 분야가 혈액을 통해 DNA 등 유전정보를 다루는 과목이기 때문에 얻게 된 기회이다.     

“장래 진단검사의학의 임상적 비중은 어떻다고 보세요?”

“환자들의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앞으론 검사를 통한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환자나 가족들을 설득시킬 수 없게 돼요. 따라서 임상의사들의 검사 의존도도 점차 높아지겠죠.”

이 교수는 새로운 검사방법이 개발되거나 할 경우 그걸 받아들이는 속도도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병원마다 잘 쓰는 검사는 다 다르지만, 새로운 검사를 동료 의사들에게 잘 설명해 새 기술을 유용하게 이용하게 하는 건 순전히 검사의학과 의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가 의사를 믿게 해야 하듯 진단검사의학과도 임상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 임상에서 검사 비중 갈수록 높아질 것
 
“검사방법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인가요?”

“그럼요. 새 검사방법이라는 게 대개 새로운 기계의 출현을 동반하므로 이걸 배우는 것도 일이에요. IMF 이후 시약은 많이 국산화 됐지만, 기계의 경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수입 해다 써는 형편이거든요.”

“새 기술을 그때그때 도입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검사기술을 도입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주로 이용하게 될 과목의 임상선생님들께 이런 검사를 도입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사전에 조사를 해서 평가를 거치면 되거든요. 하지만 장비를 구입하는 건 아무래도 예산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 부분이므로 장담을 못하죠. 많이 배려는 해 주시지만 장기간 준비를 해서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겨우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요.” 

“검사 종류는 얼마나 되죠? 그리고 과를 운영하면서 당장 불편하다, 이건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신가요?”

“그게 몇 종류나 되는지 저도 모르겠는데요? 빈도가 높은 검사야 당연히 혈액, 소변, 간기능, 암 관련 검사 같은 것들이죠. 고쳤으면 하는 거요? 원장님도 잘 아시지만 손을 못 쓰고 계신 게 공간문제예요. 현재 채혈실과 검사실이 많이 떨어져 있거든요. 이걸 같은 장소에 두면 훨씬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거예요. 사실 검사실도 협소하거든요. 병원을 새로 짖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안타까워요.”

용산병원의 검사실은 아침 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가동된다. 이교수는 이 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아침 7시반에 출근해 8시부터 부서 컨퍼런스를 갖고, 9시에 기사장들과 스텝 미팅을 갖는다. 오전 중엔 주로 병원에서 업무를 소화하고 오후엔 흑석동 병원으로 옮겨 실험도 하고 논문도 쓴다. 아주 늦을 때도 있지만 밤 9시정도에 퇴근을 한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셈이다. 남편이야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처지이므로 이해를 구한다 쳐도 다른 많은 여의사들처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일요일이면 가능한 한 이제 중학생으로 다 자란 아이들과 영화도 보고 책도 함께 읽는다.

그는 진단검사의학이 무척 재미있는 임상과목이자 학문이라며 후배들에게도 한번 선택해볼만한 영역임을 강조했다. 후배 여자의사들에게도 ‘성적으로 소수일 때의 장점은 이제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의사로서의 스스로의 질을 높여가기 위한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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