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모처럼 공원에 가 보면 여성들은 부지런히 걷거나 운동기구를 활용하는 등 몸 관리에 부산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반해 한쪽에서 남성들은 담배를 뻑뻑 피워대면서 바둑, 장기를 두든가 아니면 술내기 윷판을 벌이는 광경을 흔히 본다.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색다른 행태가 우리나라 남녀의 기대수명을 크게 엇갈리게 하는 원인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이 지난 2014을 기준으로 85.48세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여성 장수국'이 됐다. 반면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여성보다 6.7세 적은 78.8세를 기록하면서 세계 18위에 머물렀다. 남녀 전체를 합친 기대수명은 세계 10위였다. 특히 한국의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6.7세)는 여성 기대수명 상위 10개국(평균 4.7세) 가운데 가장 컸다.

기대수명은 연령별ㆍ성별 사망률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0세 출생자가 향후 몇 년을 더 생존할 것인가를 통계적으로 추정한 기대치로서 이는 '0세에 대한 기대여명'을 뜻한다.

이 같은 기대수명에 대한 통계는 27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건강 통계'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의하면 지난 2014년 태어난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 85.48세는 일본(86.8세)·스페인(85.5세)에 이어 세계 3위에 랭크됐다. 이에 반해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78.8세로 세계 18위였고, 남녀를 합한 기대수명은 10위(82.3세)였다.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지난 2009년 76.8세에서 2014년 78.8세로 2세 상승했다.

한국인 남녀 기대수명 차이가 6.7세나 되는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음주, 흡연율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 점차 비만해지는 추세인데 반해 여성은 체형 관리에 힘써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과 자살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각각 2.8배, 2.4배 높았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직장 문화 속에 가족 부양의 책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이게 되고, 이렇게 누적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도 운동이 아니라 음주·흡연으로 해결하면서 남성들의 기대수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오복은 수 ·부 ·귀(또는 유호덕) ·강녕 ·자손중다(또는 고종명)라고 해서 장수하는 것을 으뜸으로 쳤다. 오래 살다가 고종명하는 것은 모두 다 소망하는 것이다. 특히 9988이란 말처럼 99세까지 팔팔하게, 즉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이 홍복(洪福)이다. 이제 남성들도 공원에 나가면 바둑, 장기 두면서 담배만 피워 댈 것이 아니라 옆의 여성들과 함께 열심히 운동하도록 자신을 추슬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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