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운동보단 가벼운 운동이 숙면에 도움

 
중복(中伏)을 앞두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자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룬 시민들이 열을 식히기 위해 곳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한동안 계속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 열대야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비결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무더운 여름 밤, 숙면 방해꾼 ‘열대야’
열대야란 한여름 밤에 제일 낮은 기온이 25℃ 이상인 무더위로 잠들기 어려운 밤을 말한다. 또한 열대야는 농촌보다 도시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사람, 건물, 공장 등에서 인공열이 발생하고, 빌딩이나 아스팔트 등 인공구조물이 낮에 흡수한 열을 밤에 뿜어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대기 밖으로 방출시켜야 하는 열기를 그대로 붙잡아 두는 ‘도시열섬’ 현상 즉 온실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시지역이 농촌지역보다 열대야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는 이유는 높은 기온으로 인해 우리 몸의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온이 20℃ 정도일 때 가장 쾌적하게 잠을 잘 수 있는데, 열대야가 되면 밤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아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수면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열대야에는 잠자는 동안 체내의 온도조절을 담당하는 중추가 발동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며 몸을 자꾸만 뒤척이게 되고, 꿈을 꾸면서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는 단계인 렘(REM)수면이 줄게 된다.

이로 인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로감이 가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 두통, 식욕부진, 소화장애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또한 이런 생활이 지속될 경우 생체리듬이 깨져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늦은밤,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는다면?
열대야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실내온도를 수면을 취하기에 가장 적절한 24~27℃ 정도로 유지하고, 습도는 60%,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다. 샤워를 하면 체온이 내려갈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각성시키는 교감신경이 진정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

오한진 교수는 “너무 찬 물로 샤워를 하면 오히려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만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되는 생리적인 반작용까지 생겨 오히려 체온이 올라가게 돼 잠들기가 더욱 어렵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냉방기를 활용해 실내온도와 습도를 맞추는데, 에어컨을 장시간 켜놓고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갑작스런 체온 저하와 혈액순환장애로 피로감이나 두통이 오고 심하면 신경통, 소화장애 등 일명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에어컨 사용은 실내온도를 무리하게 낮추지 않도록 하고 강하게 잠시 틀어 놓았다가 끄는 것보다는 약하게 여러 시간을 틀어 놓는 것이 더 좋다. 선풍기는 바람을 직접 쐬면 두통, 체온저하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벽 쪽을 향하게 해서 1~2시간만 켜놓는 것이 좋으며, 잘 때는 타이머를 맞추고 창문을 열어 둔다. 특히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 폐질환자, 어린이, 노약자들은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아야 한다.

이와 함께 여름철 침구를 땀 흡수, 발산이 빠르고 청량감을 주는 마나 삼베, 모시 등 시원한 소재의 침구류를 사용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운동, 생활습관 등 작은 변화로 열대야 이길 수 있다!
초저녁 시간에 20~30분 정도 자전거타기나 산책, 줄넘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득 몸을 지치게 만들면 잠을 깊게 잘 수 있을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격렬한 운동은 체온을 상승하게 만들고, 5시간 정도 지나야 정상체온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숙면에 방해된다.

저녁식사는 잠들기 최소 3~4시간 전에는 해야 한다. 자기 직전에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시키느라 몸에서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 수박이나 청량음료 등 수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지 않다. 소변으로 수분배출 때문에 자다 깰 수 있으며, 몸 속만 일시적으로 식힐 뿐 체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잠자기 전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콜라,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므로 삼가는 게 좋다. 대신에 따뜻한 우유나 차를 마시면 중추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불안감을 해소시켜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된다.

간혹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잠이 잘 들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잠깐 뿐이며, 오히려 얕은 잠에 들어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만들므로 좋지 않다.
만약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을 설쳐 낮잠이나 늦잠 욕구가 있다면, 가급적 자지 않는 것이 좋지만 자더라도 30분 이내로 짧은 수면을 취해야 한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잠을 자거나, 평일 30분 이상의 낮잠을 자게 되면 불면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한진 교수는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 절제된 생활 등 규칙적인 생활로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리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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