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
빈혈은 흔히 임산부나 여성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성인뿐만 아니라 소아나 청소년기의 아이들에도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빈혈이 나타나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성장, 발달 및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의 도움말로 소아 빈혈에 대해 알아본다.

빈혈 심해지면 세포 죽게 돼
빈혈은 적혈구가 감소하는 질환이다. 급성 출혈 등으로 인한 급격한 빈혈이 아닌 서서히 진행되는 빈혈이 발생할 경우 우리 몸은 생리적으로 원활한 산소 공급을 위해 심장의 펌프질을 증가시켜 부족한 적혈구의 산소운반 능력을 보상하게 된다. 그러나 빈혈이 심해지면 심장을 지치게 만들어 심장의 펌프질 기능이 떨어지면서 심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말초 조직 및 몸의 기관 등에 산소 공급이 감소됨에 따라 저산소증이 발생하게 된다. 저산소증은 세포 내의 대사이상으로 이어져 젖산과 이산화탄소의 축적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대사성 산증을 초래해 세포가 죽게 된다.

빈혈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되지만 소아 및 청소년기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철 결핍성 빈혈이다. 철 결핍성 빈혈은 생후 6개월부터 3세 사이에 가장 많고, 11세에서 17세가 그 다음으로 많다.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는 우리 일생에서 제일 성장이 빠른 시기로 이 때 혈액량은 2배가 증가되므로 적혈구 수도 2배가 증가된다. 이 시기에는 혈액량의 증가 외에도 인체의 모든 기관도 커지게 돼 이들 기관의 철분의 요구량이 급격히 증가되며 청소년기에는 근육의 발달로 철분의 요구량이 늘게 된다. 이 때문에 소아 및 청소년기 빈혈의 원인 중 철 결핍성 빈혈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철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빈혈이 발생하게 된다.

특별한 증상 없어 조기 발견 어려워
아이들의 빈혈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빈혈을 조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빈혈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알려져 있는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핏기가 없어 보이는 정도의 증상은 이미 상당히 빈혈이 진행된 경우다. 황색인종인 우리는 빈혈로 창백해지기보다 얼굴이 조금 노란색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빈혈의 증상은 영유아기에는 밥을 잘 먹지 않고 잘 보챈다거나, 자주 칭얼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또 안면 혹은 안검 창백이 관찰될 수 있으며 빈혈의 원인에 따라 황달이 관찰될 수 있다.

영아기의 철 결핍성 빈혈은 조기에 충분히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계의 발달에 영향을 주어 성장장애, 학습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 소아기에는 식욕부진, 만성 피로, 조기 운동 피곤 및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손발톱이 숟가락처럼 위로 들어 올려진 모양으로 자라는 스푼형 손발톱이나 입술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입 안의 점막이 헐거나 혀가 허는 등의 구강염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청소년기에는 피곤, 어지럼증, 두통, 운동 시 호흡곤란, 집중력 장애, 학습장애, 얼굴이 창백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코피가 자주 나고 멍이 잘 들거나 평소 몸에 멍 자국이 자주 보일 때도 출혈성 질환과 동반된 빈혈이 있을 수 있다.

유철우 교수는 “증상들은 초기에 발견할 경우 빠른 완전 치유가 가능하지만 그냥 지나칠 경우 학습장애 등의 합병증을 남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월경 시작되는 여아, 철분제 복용해야
철 결핍성 빈혈은 충분한 철분의 투여로 적혈구 수를 정상으로 회복시킨 이후 재발 방지 목적으로 저장 철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약 2∼3개월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철 결핍성 빈혈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고 또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예방도 가능하다.

영유아기에는 모유 수유를 강조하되 최소한 생후 4~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을 권유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시기에 이유식으로 철분 요구량을 만족하기 어렵다. 따라서 철분이 강화된 분유와 혼합수유나 철분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모유를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생후 만 6개월 이상이 되면 고기가 든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이때 고기 국물만으로는 안 되며 고기를 갈아 먹여야 도움이 된다.

또한 4세부터 10세까지는 출혈이나 만성질환이 없다면 별도의 철분 공급 없이 음식 내의 철분만으로도 충분하나 전제 조건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철우 교수는 “신체 발달이 왕성해지는 11세 이후부터는 충분한 영양과 함께 철분 공급이 필요하다”며 “특히 여아의 경우 월경을 통한 생리적 철분 손실을 고려해 철분제의 예방적 복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철분이 풍부한 음식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닭고기, 녹청색 채소, 복숭아, 콩, 자두, 살구 등이 있으며 고기류에 든 철분이 우리 몸에 더 잘 흡수된다. 또한 비타민 C는 철분염의 흡수를 촉진시켜서 육류나 생선에 들어 있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과즙을 같이 먹이면 철 결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생후 1년, 3년과 사춘기에는 정기적인 혈액 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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