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지진(age-quake)의 충격에 서서히 휩싸이고 있다. 지진(earthquake)이 천재(天災)로서의 재앙이듯 인구지진 역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올 가공할만한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

이 인재를 극복하기 위해선 저출산의 깊은 수렁을 헤쳐 나와야 함은 누구나 다 아는 정한 이치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아기 낳는 일은 미래를 담보하는 중차대한 일인 것이다. 정부는 임산부를 독려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10월 10일)을 법정기념일인 ‘임산부의 날’로 제정했다. ‘임산부의 날’은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그러나 더욱 배려받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임신부가 10명 가운데 4명꼴로 임신 중 주위로부터 배려와 깊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폭행을 당하는 일도 많아 임신부를 배려하는 풍토를 정착시키기까지는 갈 길이 요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8007명(임신부 2531명, 일반인 5476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임신부의 59.1%만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40%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반증이다. 임신부가 받은 배려로는 좌석양보가 59.4%로 가장 많았고, 근무시간 등 업무량 조정(11.5%), 짐 들어주기(9.2%), 술 권하지 않기(8.9%), 줄서기 양보(4.3%) 등 순이었다. 임신부 입장에서 매긴 우리사회의 임신부 배려 실천수준은 10점 만점에 4.36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의 경우 상당수는 방법을 몰라서(24.6%), 배려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4.3%) 등의 이유로 임신부를 배려하지 못했다고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

임신부들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제도로 탄력근무제 등 일과 가정 양립 제도 활성화(5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대중교통 전용좌석 및 임산부 전용주차장 등 다중이용시설 편의시설 확충(20.4%), 관공서 및 다중이용시설에서 임신부 먼저 서비스 실시(13.9%),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건소 이용시간 연장(10.8%) 등이 꼽혔다.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 마을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아이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퍼져 나와야 역동성있는 마을, 살아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결혼 후 여성들이 아이를 갖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해 주는 정책과 주위의 배려가 필요하다. 임신부가 되면 마치 벼슬을 딴 것처럼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 그런 풍토가 조성돼야 인구지진의 인재는 미연에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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