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공정으로 의료, 생명, 산업 분야 등 폭넓은 활용 기대

▲ 유리모세관 공진기를 이용해 오일 드랍렛을 계측하는 모식도
제작된 유리모세관에 오일 드랍렛 장치를 연결해 생산된 오일 드랍렛의 무게를 계측하고 이를 반지름으로 환산해 크기 분포도를 계측. 크기가 큰 오일 드랍렛은 얇게 잡아당긴 유리모세관을 통과할 때 플러그 압축된 형태로 주입되는 장면과 계측된 오일 드랍렛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하단 왼쪽)과 실시간으로 오일 드랍렛이 유리모세관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공진주파수 변화를 모니터링한 데이터(하단 가운데), 310개의 오일 드랍렛들의 반지름 분포도를 히스토그램으로 나타낸 그림(하단 오른쪽).
▲ 유리모세관 공진기 제작 방법
피에조 액추에이터, QTF, 얇게 잡아 당긴 유리모세관을 알루미늄 지그에 에폭시 본드로 접착해 유리모세관 공진기를 제작하는 과정이다(왼쪽). 얇게 가공된 유리모세관의 모습과 이것을 전자현미경을 통해 확대해서 본 그림(가운데)이며 유리모세관을 가공할 때 튜닝을 통해 다양한 직경을 가진 유리모세관으로 형성할 수 있다. 제작된 유리모세관 공진기의 실제 모습을 촬영했다(오른쪽).
미래창조과학부는 용액 속에서 살아 있는 단일 세포나 마이크로 입자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저울인 유리모세관 공진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리모세관은 유리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파이프 형태를 일컫는다. 일반 병원에서 주사기를 사용하듯 의료나 생명공학 분야에서 유리모세관을 속이 빈 바늘(파이펫) 형태로 가공해 생물실험에 사용한다.

공진기(resonator)는 외력에 의해 구조물이 고유한 주파수로 떨리게 하는 현상을 유도하는 장비 또는 시스템을 말한다.

개발된 유리모세관 공진기는 반도체 공정 없이 일반적인 가공만으로도 멤스 센서와 유사한 수준의 우수한 정밀도를 나타내 멤스 센서가 가진 복잡한 공정과 고가의 비용, 고가의 제조 설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멤스 센서는 마이크로 수준의 미세 가공을 통해 만들어지는 힘, 진동, 온도, 무게 등을 계측하는 센서다.

그동안 바이오나 마이크로입자의 질량 계측 및 분석은 실리콘 웨이퍼 미세공정을 통한 멤스(MEMS) 기반 마이크로 질량센서를 이용했다. 특히 마이크로 질량센서 중 내부에 유체가 흐르는 채널을 갖고 있는 튜브형 질량센서는 살아 있는 세포 등을 계측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서 이를 이용하면 생물분야나 제약, 의료연구 및 관련 산업에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어 연구개발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마이크로 질량센서는 제작할 때 실리콘 가공기술이 필요하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과정을 필요로 해 대량생산이나 낮은 제조단가를 구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또한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 들어가는 복잡한 광계측 시스템과 계측시료를 운반할 때 사용되는 유체 튜빙의 어려운 연결방법은 사용 편의성 측면을 크게 떨어뜨려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 적용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빠르고 간편한 제조공정의 개선 및 사용 편의성 증대는 해결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바이오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유리모세관을 이용해 열가공 변형을 이용해 파이펫을 만들 때 유리모세관 양단을 끊기지 않고 유지시켜 내부에 채널이 존재하는 얇게 잡아당긴 마이크로 유리모세관을 만들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멤스 공정 없이 마이크로사이즈의 튜브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었으며, 이를 이용하여 공진 시스템을 구현했다.

파이펫은 수 마이크로에서 나노 리터급의 미세한 유체를 흡입하거나 배출할 수 있는 작은 주사기이다.

제작된 유리모세관 공진기에 쿼츠 튜닝 포크(QTF)를 덧붙여 공진 신호를 전기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이로 인해 기존에 사용하던 공진 신호를 계측하는 광신호 시스템을 작고 저렴한 것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쿼츠 튜닝 포크는 쿼츠(석영) 재질로 이루어진 떨림 굽쇠 형태의 진동 센서이다. 길이가 4~5mm 정도의 외팔보(막대) 두 개가 나란히 배치돼 있으며 수 나노미터의 진동을 계측할 수 있다. 표면에 금속 전극을 배치해 외부에서 전해오는 진동을 전기적인 전류로 변환해 줄 수 있는 센서이다(QTF 센서와 동일한 용어).

제작된 유리모세관 공진기를 이용해 60μm의 오일 드랍렛의 질량을 계측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반지름 분해능이 31나노미터 수준으로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이러한 성능은 정밀한 멤스 공정 없이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멤스 센서들의 성능과 유사한 수준이다. 향후 진공 밀폐처리 및 형상 최적화를 통해 성능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멤스 생산공정을 획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유리모세관 공진기는 대량 생산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대폭 향상된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바이오/마이크로입자 계측 시스템의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용액 상에서 마이크로 입자를 검출하거나 무게를 계측하는 기존의 센서 장비들은 억대의 고가 장비가 주를 이루었으나, 유리모세관 공진기는 저렴한 공정 개발로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환경 분야의 수질 오염 입자 검출, 입자측정 장비 분야의 보급형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 암세포 등의 약물 반응 검사나 각종 바이오마커, 세포 분비물질 등의 검출, 혈액 내 적혈구 등의 세포 상태 진단, 식음료나 석유 분야에서 유체의 밀도 계측을 통한 품질평가, 반도체 산업용 CMP 슬러리 입자 품질평가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유리모세관 공진기는 기존 질량계측 공진센서들이 사용하는 레이저 계측 방법을 대신해 작은 QTF 센서를 채택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공진기 시스템의 크기를 줄일 수 있었고, 이로 인해서 소형화된 장비로서 손에 쥐고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필드 어플리케이션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정철 교수 연구팀(서강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10월 3일자에 논문명 ‘Pulled microcapillary tube resonators with electrical readout for mass sensing applications’, 이정철 교수(교신저자․ 서강대학교 기계공학), 고상근 교수(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강태욱 교수(서강대학교 화학생명공학부), 조남준 교수(난양이공대 재료공학부), 이동혁 박사(제1저자․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김준휘(제1공동저자, 난양이공대 재료공학부) 등으로 게재됐다.

이정철 교수는 “이 연구 성과는 살아 있는 단일 세포나 100만분의 1인 아주 작은 마이크로 입자의 무게를 정밀하게 잴 수 있는 유리모세관 공진기를 개발한 것이다. 저렴하면서 제조 방법이 간단해 의료, 환경, 생명연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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