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항암제 개발 방법 제시

▲스트레스에 의한 Hsp70의 아세틸화 및 기능 전환 규명
A. Hsp70의 두 가지 샤페론 기능. Hsp70은 스트레스에 의해 변형된 단백질을 ‘복구’하거나 ‘분해’해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한다.
B. 스트레스에 의한 Hsp70 아세틸화 및 샤페론 기능 전환. 과산화수소(H2O2) 처리로 유도된 세포 스트레스 상황 초기에 Hsp70이 아세틸화됐다가 후기에 탈아세틸화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 초기에는 단백질 복구를 담당하는 Hop, Hsp90이 Hsp70과 결합하고, 후기에는 단백질 분해를 담당하는 CHIP, Hsp40이 결합한다.
▲Hsp70 아세틸화에 의한 세포 보호 효과 규명
A. Hsp70의 아세틸화 잔기 규명. ARD1이 Hsp70을 아세틸화시키며, 아세틸화 잔기는 라이신 77번(K77)임을 동정한다.
B. Hsp70의 아세틸화에 의한 세포 보호 효과 규명. 정상 Hsp70(WT)과 탈아세틸화 돌연변이(K77R)를 발현하는 세포에 스트레스 물질을 처리해 세포 보호 효과를 관찰했다. 정상 Hsp70은 세포 보호 효과를 보이는 반면, 탈아세틸화 돌연변이는 세포 보호 효과가 없음을 확인했다.
▲스트레스에 의해 유도된 Hsp70 아세틸화에 의한 샤페론 기능 조절 및 세포 보호 효과 규명
스트레스 초기에 Hsp70이 아세틸화돼 변형된 단백질을 복구하며, 후기에 탈아세틸화돼 변형된 단백질을 분해해 제거했다. 이러한 가역적인 샤페론 기능의 전환은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데에 기여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김규원 교수(서울대) 연구팀이 암세포가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특정 단백질의 세포 방어 역할 방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암세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가 방어 메커니즘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 중 하나는 암세포 열 충격 단백질(Hsp70)의 발현이다. 암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포 내 단백질 구조에 손상을 입게 된다. 이 때 발현된 Hsp70은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해 세포를 보호한다.

Hsp70은 손상된 단백질의 구조를 본래 상태로 복구시키거나 분해해 세포 내에서 완전히 제거해버린다. 그러나 이 단백질이 어떻게 ‘복구’와 ‘제거’를 구별하며, 두 과정이 어떻게 선택적으로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연구팀은 Hsp70의 아세틸화가 손상된 단백질의 ‘복구’와 ‘제거’를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Hsp70의 77번째 아미노산(K77)이 효소(ARD1)에 의해 아세틸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처럼 체내 대부분의 단백질은 아세틸화를 치러 인체에 알맞게 변형된다. Hsp70도 아세틸화를 치르면서 암세포 내 손상된 단백질의 처리를 결정하는 순간에 놓이게 된다.

아세틸화는 단백질 변형의 일종으로, 아세틸화 효소에 의해 단백질의 라이신(K) 잔기에 아세틸기가 첨가되는 반응이다.

스트레스 초기 시 Hsp70은 아세틸화 효소(ARD1)에 의해 아세틸화된다. 그러나 스트레스 후기에 접어들면 디아세틸화 효소(HDAC4)에 의해 탈아세틸화된다.

스트레스 초기에 아세틸화된 Hsp70은 손상된 단백질을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후기에 탈아세틸화된 Hsp70은 복구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손상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즉, Hsp70의 아세틸화/탈아세틸화의 순차적 과정이 손상 단백질을 ‘복구’할지 ‘제거’할지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암세포에서 Hsp70의 아세틸화를 차단하면, 암세포 내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항암치료에 대한 암세포의 치사율이 높아짐에 따라 효과적인 항암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Hsp70과 관련된 연구들은 전사(transcription)에 의한 Hsp70의 발현 양 증가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구팀에서는 스트레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전사보다 시간적으로 더 효율적인 단백질 변형(modification)이 Hsp70의 기능 조절에 관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러한 가정 하에, 스트레스 상황에서 Hsp70의 단백질 변형을 조사하던 중, Hsp70의 K77 잔기가 ARD1 이라는 아세틸화 효소에 의해 아세틸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Hsp70의 아세틸화와 비슷한 패턴으로 Hsp70의 기능이 단백질 ‘복구’와 ‘제거’ 사이에서 전환되는 것을 발견했는데, 구체적으로는 Hsp70은 스트레스 초기에는 손상된 단백질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고, 후기에는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의해, Hsp70의 두 기능이 아세틸화에 의해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험 결과, Hsp70의 K77 아세틸화는 cochaperone 결합을 조절해 Hsp70의 기능을 단백질 복구와 제거 사이에서 전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했다. 즉, 스트레스 초기에는 아세틸화된 Hsp70이 단백질 복구를 촉진하고, 후기에는 탈아세틸화된 Hsp70이 복구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손상 단백질들을 제거했다.

아세틸화에 의한 Hsp70의 기능 전환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단백질의 손상을 억제해 암세포가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결론적으로, Hsp70의 아세틸화는 Hsp70이 스트레스에 의해 손상된 단백질의 복구/제거를 결정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 스위치에 의해 Hsp70은 그 기능을 시기적절하게 전환해 세포가 스트레스에 상황에 대응하여 살아남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어 기전을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특히, Hsp70의 아세틸화를 통해 암세포들이 항암제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살아남는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에서는 Hsp70의 아세틸화를 차단했을 때, 항암제에 대한 암세포의 치사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향후 Hsp70의 아세틸화를 타겟으로 한 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Hsp70에 의한 스트레스 방어 기전은 암세포 외에도,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에서 인체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므로, 본 연구 결과는 다양한 신경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응용될 수 있다.

김규원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향후 Hsp70 아세틸화를 타겟으로 한 항암제 개발과 더불어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씨병 등의 신경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연구실지원사업과 글로벌핵심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거둔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0월 6일자에 논문명 ‘ARD1-mediated Hsp70 acetylation balances stress-induced protein refolding and degradation’, 김규원 교수(교신저자, 서울대 약학대학), 서지혜 연구교수(공동 제1저자, 서울대 약학대학), 박지현 박사(공동 제1저자, 서울대 약학대학) 등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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