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잘 나가던 30대 후반 갑자기 몰아친 IMF 한풍에 직장을 쫓겨났다. 넥타이에 정장 차림, 구두 신고 관악산으로 출근했다. 집에는 직장 그만 뒀단 말을 차마 못하고 산을 탔다. 한 달도 채 못 돼 눈치 빠른 아내에게 들키면서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위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후 20여 년 각고(刻苦)의 신산한 생을 이어왔다. 지금은 다 큰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고용절벽에 막혀 알바로 아까운 시간을 죽이고 있다. 마누라 눈치보다 자식 눈치 보기가 더 힘들다. 그렇다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창업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집에서는 개 신세보다 못한 천덕꾸러기 처지로 살기에 신물 난다. ‘천명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다 지나가고 있지만 처량한 신세에 수심만 깊어 간다.

베이비부머인 50대, 특히 50대 중후반 언저리에 있는 세대의 눈물이 여울을 이룬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연령대는 5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15 보건복지정책 수요조사 및 분석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 삶의 만족도는 20대에 가장 높았다가 하락으로 반전 50대까지 추락한 뒤 60세부터 다시 오르는 ‘U’자형을 보였다.

세대별로 보면 20대 삶의 만족도는 82.6%로 가장 높았고, 30대 75.5%, 40대 71.4%, 50대는 66.9%였다. 65세 이상은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78.1%로 높아졌다.

아울러 보고서에서는 6인 이상 가구, 중졸 이하 학력,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 그룹에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건강으로 25.2%를 차지했고, 자녀교육(20.1%)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베이비부머인 50대의 삶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거울에 비춰진 50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한숨을 내짓는다. 자식들인 에코세대는 ‘캥거루 새끼’가 계속 되겠다고 보채고, 아직도 모셔야 할 어르신도 가슴을 짓누른다.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저무는데 아직도 갈 길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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