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 또는 불치의 암을 선고 받으면 대부분 “하늘이 노랗게 보이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넋이 반쯤 나간다”는 식의 절박한 소회를 피력하게 된다. 잠시의 번개 같은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때는 무엇보다도 돈 걱정이 앞서게 된다.

치료비용을 가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실손보험에다 다른 보장성보험이라도 든든히 들어 놓으면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이도저도 없으면 저승사자가 눈에 어른거리고, 가족들이 눈에 밟혀 억장이 무너지게 된다. 살림이 워낙 빠듯하여 그동안 애써 부어온 보험을 깨고 나면 꼭 이런 낭패가 찾아온다.

암환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항암치료 비용 감당 능력 및 비급여 항암제 비용 부담 등 ‘경제적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암보협)’은 최근 열린 한국임상암학회 추계학술대회 특별세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암환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암보협은 “암 환자가 치료 중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아는 것이 환자와 의사 협력의 첫 걸음이라는 취지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환자 목소리를 정량화한 이번 조사결과가 환자 중심의 치료환경 마련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환자들의 목소리와 의료계의 연구를 접목해 암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하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사결과 발표에서 임상암학회 관계자는 “진료실에서 피부로 느꼈던 암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비급여 항암제 부담 때문에 암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 혜택의 기회를 잃고 있는 현실이 심각했다. 앞으로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치료 양극화가 되거나 암환자들이 메디컬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환자, 의료진, 정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협력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임상암학회 관계자가 발표한 정량조사 주요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암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 경제적 (37.3%), 정신적(31.9%), 육체적(27.6%), 사회적(2.7%) 어려움 순서대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암환자 10명 중 9명은 비급여 항암제 비용에 부담을 느끼며(95%), 10명 중 8명은 비급여 항암 치료를 위한 비용 마련이 어렵다(83%)고 답했다. 또한, 비급여 항암제 중단 경험이 있는 22% 환자 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이유(69%)였다.

정성조사 결과 역시, 비급여 항암신약을 권유 받더라도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미루거나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비용부담으로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복용/투여량을 조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가 말해 주듯이 암치료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열쇠는 경제적인 여유였다. 돈이 없어 몹쓸 병에게 희생 당하는 것처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암환자들이 정부의 암 보장성 정책 및 제도와 관련해 뒷받침을 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것도 모두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정부는 그동안 암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더욱더 환자 중심의 암치료 보장성 강화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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