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건 해당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방면에 사용되는 용어에 대한 개념정의가 분명하게 이뤄져 의사소통 내용이 적확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구약성서에 극적으로 나와 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얘기가 실려 있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 바벨탑 건설은 소통의 혼란 속에 결국 무위로 막을 내렸다. 이는 소통 도구로서의 언어 정의가 명징(明澄)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의학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를 비롯해 각종 용어가 표준화된 의미를 함의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반영,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보건의료용어의 표준화를 통해 객관성과 공신력을 담보하기 위해 나섰다. 복지부는 23일부터 내달 12일까지 '보건의료용어표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진료기록 작성에 필요한 질병, 수술, 검사, 방사선, 치과, 보건 등 보건의료분야 용어의 집합체로서 부문별 용어를 포괄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국제표준과의 정합성(整合性) 및 관련 학회 등 전문가 검토를 거쳐 종전 대비 임상검사·방사선의학․치과·간호 등 8개 부문에서 신규 용어 5만1000건, 변경용어 1만5000건, 삭제용어 1000건이 반영됐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표준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정보표준 홈페이지(http://www.hins.or.kr)를 통해 관련 표준을 제공하고, 의료기관 대상 세미나와 교육 등 지속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에는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를 위한 전자문서 서식 4종을 마련하면서 진단명, 검체·병리 등 검사명·수술명 등 교류항목에 보건의료용어표준을 적용, 의료현장에서 표준용어 사용이 정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용어표준은 보건의료정보화의 가장 기초적 인프라로서 표준화된 전자의무기록 작성을 유도해, 의료기관 간 정보교류․보건의료빅데이터 구축 등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서 환자 진료이력에 근거한 맞춤형 진료, 근거기반의 임상연구, 국제 보건의료정보간의 상호 비교․분석 등 의료정보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임상현장에서 보건의료용어는 사실 외래어, 외국어, 영어 그 자체, 한자어 등이 서로 어우러지고 혼용되면서 의사소통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이는 의료진과 환자와의 소통에도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의료전문가 상호 간에도 전문지식 교환에 벽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의료용어표준화 정착은 보건의료정보의 장을 굳건히 하는 튼튼한 하부구조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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