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 참지 못해 긁으면 세균감염 등 위험, 건선, 아토피 피부염 등 만성 질환일 수 있어

▲ 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정경은 교수
첫 눈이 내린다는 스무 번째 절기 소설(小雪)에 일부 지역에는 첫 눈이 내렸다. 뚝 떨어진 기온에 온 몸을 외투로 꽁꽁 감싸며 추위부터 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조함 때문에 몸을 사리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A씨(30대)는 환절기부터 심해진 피부 간지러움 때문에 고민이다. 청결유지, 보습제 사용 등 주변의 권유로 이것저것 해봤지만 심한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피부를 긁어 상처까지 생겼다.

낮아지는 기온에 따라 더 심해져 가는 피부건조증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정경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건조한 날씨에 특히 심해져
건조한 날씨와 낮아진 기온 탓에 땀의 분비가 줄어들면 우리 몸은 피부 수분량이 감소한다. 이때 가려움으로 시작해 피부 표면의 미세한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고, 비늘 같은 각질이 떨어져 나온다. 피부 건조증은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서 생긴 딱지, 각질, 홍반 등의 피부 발진을 동반할 수 있다.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지면 피부가 튼 것처럼 갈라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나타난 피부염을 건성 습진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기 시작해 겨울로 갈수록 점점 증가한다.

가려움증은 처음에는 허벅지, 종아리 등 다리와 팔 등에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마찰이 심한 골반이나 옆구리, 허리 주위 등 온몸으로 퍼진다. 피부건조증은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가 연일 계속되면 15~20%의 각질층 정상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가 각질층이 영향을 받게 돼 잘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온도가 낮아지면 피부의 신진대사가 약화되고 지방 분비가 줄어들며 뜨거운 물로목욕하면 지방을 씻어내게 돼 그만큼 수분이 빨리 증발해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 또한 추운 날씨에 꽉 끼는 옷과 건조한 공기에 쉽게 발생하는 정전기 등은 피부에 자극이 가기 때문에 피부건조증이 더욱 악화되기 쉽다. 이렇게 약해진 피부는 극도로 과민해져서 조그만 자극에도 심한 가려움증이 유발된다.

피부 건조증으로 인한 가려운 증상 때문에 피부를 심하게 긁으면 그 부위에 상처가 생겨 세균감염이 돼 곪거나 습관성 피부질환으로 발전할 우려가 높다. 또 피부 표면의 기름막이 손상돼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건조한 계절에는 정상인들도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평소 피부 질환이 있던 사람들 중에는 날씨 때문에 피부병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건선과 아토피성 피부염 등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 건선은 피부 건조에 의해 악화되는 대표적 질환이며 이들은 단기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므로 장기적인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피부 질환이 없는데도 전신적인 가려움증이 생겨 오랫동안 지속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병, 림프종, 백혈병, 폐쇄성 담도질환, 장내 기생충 감염, 만성 신장질환, 혈액질환 등 내부 장기에 질환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려움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육안적으로 관찰되는 특별한 피부병변이나 동반되는 전신성 질환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은 노인으로서 노년층에 발생하는 이와 같은 가려움증을 노인성 소양증이라고 부른다. 노인의 피부는 젊은이의 피부보다 수분을 함유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건조한 계절이 되면 노인 피부의 건조증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정경은 교수는 “피부건조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며 “건조한 날씨와 난방시설의 이용, 건조한 생활환경, 때를 밀거나 사우나를 자주하는 목욕 습관 등 때문에 연령에 관계없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욕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 증상 완화
피부 건조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목욕과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간지러움을 각질 때문이라고 오인해 목욕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목욕은 가볍게 하는 것이 좋으며 탕 속에 오래 들어가 있는 것은 삼가야 한다. 또 뜨거운 물도 피부의 지방성분을 씻어내므로 좋지 않다. 적정 목욕물의 온도는 천천히 긴장을 풀어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몸을 담글 수 있는 38~40℃가 적당하다.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면 청결, 냉각 등의 효과로 증상이 일부 개선될 수 있으나 되도록 10분 이내로 목욕을 끝마친다.

목욕 전에는 한 컵 정도의 물이나 우유를 미리 마셔 목욕 중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것도 좋다.

뿐만 아니라 비누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데 이는 피부에 있는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해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정력이 강한 비누의 사용을 자제하고, 때밀이 수건으로 피부를 세게 문지르는 것은 오히려 피부상태를 악화시키므로 절대 금물이다. 또한 바디스크럽을 이용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목욕을 한 후에는 약 3분 이내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로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서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보호해 주는 것이 좋다.

아파트는 공간이 밀폐돼 난방이 잘되는 반면 공기가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한다. 또한 털옷이나 깔깔한 내의보다는 부드러운 면내의를 입어야 하며, 옷은 되도록 약간 느슨하게 입는 것이 좋다.

건조한 날씨에는 로션이나 크림을 평소 사용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발라 주고 건조가 심한 피부에는 바셀린을 바르면 도움이 된다.

정경은 교수는 “만약 보습제 사용이나 생활환경 개선으로도 가려움증이 가라앉지 않고 오랜 건조증에 긁어서 피부염이 생길 정도라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닥터더블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